트럼프 관세 인상 몽니...쿠팡 사태·온플법 갈등, 백악관에 영향 줬나

트럼프 관세 인상 몽니...쿠팡 사태·온플법 갈등, 백악관에 영향 줬나

기사승인 2026-01-27 15:50:29 업데이트 2026-01-27 16:04:19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온플법)을 둘러싼 갈등이 미국의 관세 압박과 맞물리며 한미 통상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 투자사들이 쿠팡 사태를 문제 삼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 요청과 국제중재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미국 정부도 디지털 규제 전반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두 사안이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함께 거론될지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가 무역 협정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면서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입법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와 목재, 의약품 등 모든 상호관세를 인상한다”고 적었다. 

다만 통상업계 안팎에서는 관세 인상 발언의 배경에 국회 비준 문제 외에도 쿠팡 사태와 디지털 규제 이슈 등 복수의 현안이 함께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국회 청문회를 받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쿠팡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지난 22일 한국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와 무역 구제 조치를 요청했다. 한국 정부에는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 정부의 조치로 손실을 입었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이들은 국회 청문회와 정부 조사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쿠팡 사태가 통상 문제로 번지는 데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9~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 쿠팡에 대한 국내 조사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

쿠팡 배달차량. 쿠키뉴스 자료사진

미국 측이 동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또 다른 쟁점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을 비롯한 한국의 디지털 규제 입법이 거론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약 2주 전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배경훈 과기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앞으로 외교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외교부와 산업통상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도 수신 참고인으로 포함됐다.

과기정통부는 외교 서한의 특성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지만, 미국 측이 지난해 11월 무역 합의를 언급하며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미 정상 공동 팩트시트에는 “망 사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을 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디지털 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경영진이 차별적 형사 책임을 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문제 제기가 표면적으로는 디지털 규제를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미 투자 집행 등 한미 간 무역·투자 합의 이행 전반을 압박하기 위한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국회 청문회를 받았고, 투자사들이 국제중재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 요청을 한 상황”이라며 “미국에서 로비가 이뤄지면서 한국 정부의 제재 수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국내법 위반 사안을 두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며 “디지털 규제 이슈와 섞어 압박을 가하는 전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관세 인상 발언의 진위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국이 무엇을 요구하려는 것인지 파악한 뒤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관세 인상 발표 직후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조만간 미국을 찾아 USTR와 상무부 고위 인사들과 회담할 예정이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