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키우기’ 논란에 과거 확률 이슈 소환…넥슨 신뢰 관리 시험대

‘메이플 키우기’ 논란에 과거 확률 이슈 소환…넥슨 신뢰 관리 시험대

‘당첨 확률 0%’ 데자뷔에 분노한 유저들
잠수함 패치 의혹에 대표이사 직접 사과
인사 조치 등 강수 뒀지만 민심은 ‘싸늘’

기사승인 2026-01-28 06:00:13
‘메이플 키우기’ 출시 이미지. 넥슨 제공

넥슨 신작 방치형 RPG ‘메이플 키우기’를 둘러싼 확률 시스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기술적 오류를 넘어 과거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태 악몽을 소환하면서 넥슨이 그동안 쌓아온 신뢰 관리 체계 전반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논란이 된 ‘메이플 키우기’ 사태 핵심은 게임 내 성장 요소 중 일부에서 안내된 최고 수치가 실제로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내된 최고 수치가 게임 코드 속 계산식에서 최대 수치 등장 확률이 ‘이하’로 설정돼야 하나 ‘미만’으로 잘못 설정이 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16억 과징금과 법 개정 이끌었던 ‘과거 과오’

이번 논란이 특히 뼈아픈 이유는 넥슨이 이미 확률 이슈로 인해 게임업계 사상 유례없는 홍역을 치른 바 있어서다. 지난 2024년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메이플스토리 내 아이템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알리지 않은 넥슨에 약 116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이 사건은 게임업계를 향한 사회적 불신을 극도로 끌어올렸고, 결과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의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넥슨은 이후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이번 ‘메이플 키우기’ 사태로 인해 그간 쇄신 노력이 신작 시스템 검증 단계까지는 미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은폐 의혹이 키운 불신…수뇌부 사과에도 민심은 ‘싸늘’

논란을 폭발시킨 결정적 요인은 ‘대응 방식’에 있었다. 해당 오류가 내부에서 인지된 이후 즉각적인 공지 없이 몰래 수정된 정황, 이른바 ‘잠수함 패치’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저들의 인내심은 한계를 드러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넥슨은 지난 26일 강대현·김정욱 공동대표 명의 사과문을 게재하며 진화에 나섰다. 은폐를 주도한 담당 책임자에게 해고를 포함한 중징계를 예고하고, 유료 결제 재화 200%를 환급하는 파격적인 보상안을 내놓았다. 

법조계 “사후 대응은 긍정적, 기망 행위 평가는 불가피”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과거보다 훨씬 엄중한 법적 잣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게임·IT 전문 한 변호사는 “이번 사례는 과거 큐브 확률 조작 사태와 거의 똑같다”며 “특정 값이 나오지 않도록 설정한 것은 그 자체로 기만적 표시이며 대통령이 지적했던 과징금 부과 논의 대상 유형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넥슨이 공개한 ‘메이플 키우기’ 코드 오류. 넥슨 제공

넥슨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고의성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관점에서는 ‘의도’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게 인식되는 영역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구현 여부와 무관하게 이용자는 ‘나올 수 있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특히 ‘메이플 키우기’가 모바일 기반 캐주얼 게임이라는 점도 이번 사안의 파급력을 키운 요소로 풀이된다. 모바일 게임은 접근성이 높고 짧은 플레이와 소액 결제가 반복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확률 시스템에 대한 이용자 검증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렇다 보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체감 피해와 불신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논란이 과거 메이플스토리 사태와 동일선상에 놓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앞선 관계자는 “넥슨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대응했고 게임에서 지급된 보상액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넥슨도 고의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소명을 하고 있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곧바로 적용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넥슨은 “외부 개발사와 협업 서비스이다 보니 넥슨의 다른 게임과 다르게 실시간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의 실측 확률이 적용되지 않아 초기 정확한 탐지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서비스 초기 심각한 신뢰 훼손을 우려한 넥슨코리아 메이플키우기 담당 책임자가 유저분들께 안내하지 않은 채 수정 패치를 진행했고, 넥슨코리아 경영진은 이러한 내용을 지난 25일에서야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메이플키우기 개발 및 서비스 전 과정에 대한 강도 높은 재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넥슨이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에서 유저분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경우 투입된 비용을 넘어서는 최대치 보상안을 제공하는 원칙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송한석 기자
gkstjr11@kukinews.com
송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