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 트럼프’ 학습효과…코스피, 관세 리스크에도 5000 돌파 마감

‘타코 트럼프’ 학습효과…코스피, 관세 리스크에도 5000 돌파 마감

재점화된 상호관세 리스크…대형 악재에도 韓 증시는 ‘훈풍’
최대 피해 자동차株…“단기 변동성 있어도 리레이팅 국면 발현될 것”

기사승인 2026-01-27 16:26:02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을 떠나 워싱턴으로 떠난 후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 수준으로 재인상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국내 증시의 ‘블랙 먼데이’ 사태 재점화 우려가 시장에 퍼졌지만, 이른바 ‘타코 트레이드’ 효과에 오히려 사상 최고가를 돌파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관세 리스크가 단기 불확실성에 그칠 것으로 평가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 입법부(국회)가 미국과 한국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지난해 7월30일 양국 모두를 위한 위대한 합의에 도달했다. 같은해 10월29일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해당 조건을 재확인한 바 있다”면서 “그런데 한국 국회는 왜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는가. 한국 국회가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법제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이 공표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한국 국회 승인은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 통과가 필요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미투자특별법안 제출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1일 자로 한국산 자동차 등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한 바 있다.

재점화된 상호관세 리스크…대형 악재에도 韓 증시는 ‘훈풍’

미국발 상호관세 부과는 시장에 대형 악재로 평가된다. 지난해 4월7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글로벌 주요국을 향한 무분별한 관세 부과에 무역전쟁으로 악화하자 공포성 매도세가 한국 증시를 강타하면서 ‘블랙 먼데이’ 장세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블랙 먼데이 당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57% 급락한 2328.20, 코스닥은 5.25% 떨어진 651.30으로 뒷걸음질 쳤다. 아울러 코스피는 장 초반 코스피200선물(최근월물)이 전일 종가 대비 5.19% 떨어져 2025년 첫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당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리스크인 상호관세 문제는 여전히 암초로 남아있기 때문에 주요국 증시 폭락을 본 투자자들의 심리가 무너진 여파”라고 진단한 바 있다.

하지만 상호관세 리스크가 재점화된 27일 국내 증시는 오히려 상승장을 맞이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3% 오른 5084.85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1.71% 상승한 1082.59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52주 최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트럼프 관세에도 타코(TACO·트럼프는 언제나 꽁무니를 뺀다)에 익숙해진 모습”이라며 “SK하이닉스와 전력기계, 원자력 등 실적 모멘텀 업종이 상승했다”라고 설명했다.

최대 피해 자동차株…“단기 변동성 있어도 리레이팅 국면 발현될 것”

그러나 국내 증시의 평온함에도 불안감에 휩싸인 산업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자동차 산업 종목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꼽힌다. 이들 종목은 27일 각각 전 거래일 대비 0.81%, 1.10% 내린 48만8500원, 15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 초반 5~6%대 하락세를 선보였으나, 낙폭을 상당 부분 축소한 상태로 마감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품목 관세율이 15%로 인하된 것으로 믿었던 투자자들에게는 트럼프의 일방적인 10%p 인상 발표가 단기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자동차 주가가 이달 들어 급등한 상황에서 관세율 인상을 악재로 받아들여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국내 자동차 대형주들은 실적 부문에서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대미 자동차 관세가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관세 비용은 8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관세가 15%로 인하되면 3조1000억원 줄어든 5조3000억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대형주는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수출 부담을 일부 덜어내 올해 연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현대차의 올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96조4273억원, 13조4415억원으로 전년 동기(추정치) 대비 4.58%, 8.0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표대로 관세가 25%로 올라갈 시 관세 비용이 크게 치솟아 연간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10%p 인상됨에 따른 추가 영업비용은 현대차 3조1000억원, 기아 2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인상 공표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폭은 각각 23%, 21%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자동차 업종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오히려 올해 진행될 추가 리레이팅(재평가) 기회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의) 1월 주가 상승 이유가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기대감이었다는 점에서 관련 동력의 훼손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양국 정부가 수개월에 걸친 협상을 통해 합의된 내용은 순식간에 파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 입법부의 승인 혹은 다른 수단을 통해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이 이뤄질 경우, 관세율은 합의된 15%로 인하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현시점에서는 양국 협상 등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는 결국 해결될 문제다.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는 조기에 15%로 재확정될 것이다. 즉 실적 컨센서스 하향 조정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올해 세 번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국면이 발현할 것이다. 우선 엔비디아와 추론·훈련칩 협력을 필두로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플랫폼인 Pleos와 자체 개발 모델 공개로 기존 레거시 업체를 넘어서는 리레이팅이 기대된다”며 “이후 약 700대 스마트카 데모의 전국 배포로 중국 수동 전기차 업체를 넘어서는 밸류를 맞이할 수 있다. 또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스마트팩토리 투입과 기능 개발,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업공개(IPO) 가시성 상승에 따른 추가 기업가치 상향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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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