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세 25%” 돌아온 트럼프 리스크…환율 또 뛰나

“한국 관세 25%” 돌아온 트럼프 리스크…환율 또 뛰나

기사승인 2026-01-27 18:00: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기존 합의를 뒤집고 관세를 25%로 원점 회귀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닷새 만에 반등했다. 이번 조치가 수출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경우, 기업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권의 건전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 시점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한국이 관세 인하의 조건으로 약속했던 대미 투자가 지연되자, 국회에 계류 중인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과 맺은 합의를 왜 한국 국회는 승인하지 않는가”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국회의 승인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에는 한미전략투자기금 조성과 한미전략투자 공사 설치 등 대미 투자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환율도 요동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거래일만에 상승 반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9.4원 상승한 1450원에 개장한 뒤 상승폭을 넓히며 장중 한때 1452.30까지 올랐다. 전날 미·일 외환당국의 공조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25원 넘게 급락했는데, ‘트럼프 쇼크’에 하루 만에 급반등한 것이다. 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이 재점화되면서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원화에도 약세 재료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공조 개입 가능성에 따른 엔화 강세 압력은 환율 상단을 지지한다”고 했다. 

금융권의 우려는 커질 전망이다. 환율 상승이 금융지주의 자본 건전성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보유한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된다. RWA란 은행이 빌려줬거나 투자한 돈을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해 계산한 수치다. RWA가 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낮아진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CET1 비율이 높을수록 손실 흡수 능력이 좋다는 뜻이다. 통상 금융권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CET1 비율이 0.01~0.03%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추산한다. 

환율 변동성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은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에 CET1 비율을 12%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안정적인 CET1 비율은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의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환율 급등으로 CET1 비율이 떨어질 경우 자본 확충이나 이익 유보 등 보수적 대응이 불가피해, 계획한 밸류업 추진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리스크가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겠지만 일시적·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미 투자 관련 법률의) 국회 승인은 시간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재인상은 노이즈성 재료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일 외환당국의 공조가 유지된다는 점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표인 만큼 한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앞으로 한국 국회 법안 논의상황을 미국 측에 설명해 나가는 등 미국 정부와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한국 입법부의 승인 혹은 다른 수단을 통해 대미 투자 이행이 이뤄진다면 관세율은 합의된 15%로 인하될 수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단기 대응보다는 정부 대응 및 양국 협상 등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