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태가 그렇게 나쁜가요(웃음).” 배우 현빈(44)은 27일 오후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되물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중앙정보부 부산지부 정보과장 백기태로 분했다. 백기태는 공식적인 주인공이자 메인 빌런이지만 그만의 속사정이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한 현빈은 “잘못된 행동을 하지만 어떤 면은 공감 가고 이해된다. 불편하지만 또 응원하는 지점이 생긴다. 그게 백기태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현빈이 짚은 백기태의 매력은 시청자들의 마음도 동하게 만든 분위기다. 극중 대립각을 세우는 백기태와 장건영(정우성)을 굳이 규정하자면 각각 악인과 선인에 가깝지만 백기태를 지지하는 반응이 많다. 현빈은 “행동은 나쁘지만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다”고 귀띔했다. “처음 출연을 제안받고 시나리오를 봤을 때 지금까지 안 해본 캐릭터의 야망, 부와 권력에 직진하는 모습에 끌렸어요. 단순한 악인으로 접근하진 않았어요. 행동이 악하다고 해도 최대한 공감할 수 있도록 저도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어떻게 보면 이 역시 백기태의 입장이고 백기태가 합리화한 것이지만요.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이 지점에서 대리만족을 느끼시는 것 같기도 해요.”
백기태가 이처럼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가 현빈의 탁월한 캐릭터 표현이다. 외적으로는 당대 중앙정보부의 입지를 시각화하기 위해 13~14㎏을 찌웠고, 포마드 헤어스타일과 몸에 착 붙는 슈트로 백기태를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로 그려냈다. “대사를 치지 않아도 보기만 해도 그 위압감이 느껴지길 바랐어요. 우민호 감독님께서 ‘하얼빈’ 때는 근육도 없는 안중근 장군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1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었어요. 반대로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는 증량하기 위해 운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감독님이 주문하신 건 아니었고 제가 한 거지만 테스트 촬영 때 만족하셨어요.”
그럼에도 현빈은 자신의 노력보다 현장에서 받은 도움을 강조했다. “조명이나 세트가 해준 역할이 크죠. 혼자 연기해서 만들어냈다고 할 수 없어요. 감독님은 배우가 더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세요. 지금까지 (대중은) 못 보셨던 연기 톤, 표정, 역할 같은 것들요. 그래서 작업할 때마다 재밌어요. 한 신도 그냥 찍은 신이 없기도 하고요. 먼저 서로 생각해 온 것을 말하고 현장에서 리허설을 해요. 이때 수정할 게 있으면 수정하고, 또 신에 맞는 세팅이 또 들어가요. 다 같이 상의하면서 매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작품이 그렇듯 ‘메이드 인 코리아’ 역시 호평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시즌1에서 현빈과 투톱 주연으로 활약한 정우성의 연기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함께한 배우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관련 질문을 받은 현빈은 “조심스럽다”고 운을 뗐다. “선배님이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으시지 않을까요. 다만 ‘메이드 인 코리아’는 시즌1, 시즌2 제작을 같이하기로 정해진 작품이고 시즌2에서 건영은 또 다른 모습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건영과 상관없는 신에서도 풍성한 상황을 만들 만한 아이디어를 많이 던져주시기도 했고요. 백기태인 제 입장에서 장건영은 정우성 선배님입니다.”
시즌2는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이며 현재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현빈은 다음 시즌에서도 지금 같은 시청자의 응원을 예상하는지 묻는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이 분위기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답했다. “9년 후 이야기가 펼쳐질 거고 기현이(우도환)와 기태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 많아요. 또 다른 결을 가지고 들어오는 장건영과 기태와의 싸움도 있고요. 이야기가 더 폭넓어지고 깊어질 거예요. 그래서 테스트 촬영까지는 편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다른 표현 방법 등을 찾아내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어요. 시즌2는 전쟁이에요. 저와 같이 시즌2에서도 줄타기하시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