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해방’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2기 경영 탄력

‘사법리스크 해방’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2기 경영 탄력

기사승인 2026-01-30 06:00:14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8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해소한 하나금융은 비은행 강화·디지털 전환 등 그룹 중장기 사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29일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 중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상고를 기각해 유죄(벌금 300만원)가 확정됐다. 

함 회장은 은행장 재임 당시인 2015·2016년 공채 과정에서 인사부에 특정 지원자의 합격을 지시하고, 남녀 합격 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정해 여성을 차별 채용했다는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1심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이날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으며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1심 및 원심에서 증언한 인사부 채용 담당자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고 원심이 들고 있는 여러 간접사실들만으로는 위 증언들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큼 우월한 증명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2심 유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을 경우, 함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임원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이에 하나금융은 비상승계계획까지 제출하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함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파기환송심 절차 등이 남았지만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 받거나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권 안정화로 함 회장이 추진해온 사업들은 동력을 얻게 됐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 사업이 대표적이다. 함 회장은 재편되는 금융 패러다임에 맞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사용을 아우르는 완결형 생태계 구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BNK·iM금융지주, SC제일은행·OK저축은행 등과 결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디지털 자산 기반의 금융 인프라를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금융의 전체 순이익 중 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상회한다. 타 금융지주 대비 높은 은행 의존도는 실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돼 왔다. 함 회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하나금융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이익 비중을 끌어올려 그룹 전체의 질적 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함 회장은 임기 내 퇴직연금과 WM(자산관리) 부문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약 48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은행권 증가 규모 1위를 차지하는 등 괄목할 성과를 냈다. 앞으로도 민간 주택연금, 골드신탁 등 시니어 대상 WM 시장 공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00조 원 규모의 ‘하나모두 성장 프로젝트’ 실행 속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2030년까지 국가 미래성장에 동참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에 84조원, 포용금융에 16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생산적 금융에 17조8000억원을 투입하며 첨단인프라 및 AI분야, 핵심 첨단산업, 수출기업을 위한 K-밸류체인 및 수출공급망 지원에 나선다.

특히 올해는 하나금융그룹이 본사를 인천 청라로 이전하는 ‘청라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를 계기로 디지털·글로벌 전략을 아우르는 조직 재편과 운영 효율화 작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의 공명정대한 판결에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하나금융그룹은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금융소외계층을 세심하게 살피며, 국가미래성장과 민생안정 지원을 위한 생산적금융 확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