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친청’ 없다지만... 합당설에 그어지는 ‘선’

‘친명·친청’ 없다지만... 합당설에 그어지는 ‘선’

강득구·이언주·황명선 이어 한준호 ‘기습 합당’ 비판
합당 여부 가시밭길…시기상 부적절·정당성 등 우려

기사승인 2026-01-29 21:51:29
친명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이 정청래 당 대표의 ‘기습 합당 제안’ 하루 뒤인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기습 합당을 제안한 이후 여당 내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 대표는 합당 제안이 당원들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지만, 기습 발표의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 ‘친이재명계(친명계)’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당원과 상의 없이 이뤄진 정 대표의 합당 제안에 반대하고 있다. 전 최고위원이자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한준호 의원은 코스피 5000을 돌파하던 날, 지도부와의 숙의 없이 정 대표가 단독 기자회견을 열어 합당을 제안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한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 진영의 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현재 시기와 속도, 방법이 거칠다. 합당 논의는 반드시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합당 제안의 시기적 부적절성도 지적했다. 그는 “이해당사자가 가장 많은 시기에 합당을 논의하는 것은 실리 측면이나 시기상으로 맞지 않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 논의조차 없이 합당을 발표한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위 자체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온다”고 덧붙였다.

앞서 친명계로 분류되는 강득구·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도 당원 동의 없는 합당 제안에 반대하며 정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으로 당내 혼란과 불신, 갈등이 초래됐다”며 “최고위원들조차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합당 논의가 진행됐다는 점과 그 절차의 비민주성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외에도 서영교, 모경종 의원 등 다수의 친명계 의원들도 숙의 과정 없는 합당 제안을 비판했다.

반면 ‘친정청래계(친청계)’로 평가되는 의원들은 이 같은 주장에 반박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합당 제안 다음 날 SNS를 통해 “양당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라며 “정 대표의 방향성은 매우 적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당원주권정당이며, 이번 합당 논의 자체가 당원주권 시대의 개막”이라고 강조했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합당과 관련한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당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합당 제안의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합당 과정에서 ‘지분’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유권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않는다”며 “현재 많은 유권자들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을 정청래 대표의 정치적 계산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떤 의도로 합당 논의가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원만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정 대표가 오는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 승리를 염두에 두고 합당론을 제시한 만큼, 이번 논의는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내부에 권력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 대표가 조 대표와의 통합을 전격적으로 제안한 것”이라며 “이는 권력 갈등 국면에서 자신의 세력을 끌어오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를 염두에 두고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언급한 상황에서, 정 대표가 이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지방정부 공천을 둘러싼 경쟁이 갈등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명계 역시 공천에서 밀릴 수 없다는 절박감 속에 더욱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