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국내 양대 메모리 기업의 실적도 나란히 사상 최대급으로 치솟았다. 다만 같은 호황 속에서도 성적표의 결은 달랐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집중형 포트폴리오’로 이익률을 극대화한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호황을 누리면서도 스마트폰·디스플레이·파운드리 등 ‘복합 사업’의 비용 부담을 함께 안는 구조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양사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연간 매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9%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약 43조6000억원)을 약 3조6000억원 웃도는 수치로, 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기준 국내 1위에 오른 것이다.
연간 기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앞섰지만, 분기 흐름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의 반등도 만만치 않았다.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93조8000억원, 영업이익 2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9%, 영업이익은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은 19조1696억원으로, 분기 기준에서는 삼성이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 DS ‘괴력’에도…‘복합 사업’ 그늘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을 이끈 건 반도체(DS) 부문이었다. DS부문은 매출 44조원, 영업이익 16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매출이 33% 급증했다. 삼성전자 측은 “HBM과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가 동시에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업황 회복이 삼성의 실적 반등을 뒷받침한 셈이다.
다만 복합 사업 구조의 부담도 동시에 드러났다. 완제품(DX) 부문은 4분기 매출 44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에 그쳤다.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가 약화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DX 매출은 전분기 대비 8% 감소했다. TV(VD)는 프리미엄 제품과 성수기 수요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지만, 생활가전은 계절적 비수기와 글로벌 관세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체질이 갈랐다…‘HBM 집중’ vs ‘복합 구조’
이 같은 흐름은 두 회사의 체질 차이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단일 축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한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호황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디스플레이·파운드리·가전 등 전 사업부의 비용과 경쟁 압력을 함께 떠안는 구조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DS부문 영업이익(16조4000억원)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19조1696억원)에 여전히 못 미쳤다.
차세대 HBM 경쟁에서도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 1분기 전망에서 HBM4 양산 출하 계획을 제시하며 2월부터 본격 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힌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구축했고, 현재 고객 요청 물량을 양산 중”이라고 강조했다.
양사의 공통분모는 분명하다. AI 서버 투자가 늘면서 메모리 수요 구조가 ‘고성능·고대역폭’ 중심으로 재편됐고, HBM과 서버용 DDR5, 기업용 SSD가 실적을 밀어 올렸다.
다만 성적표의 결은 달랐다. 삼성전자는 전사 실적에서 반도체(DS)가 ‘턴어라운드’를 주도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만들어냈고,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중심의 ‘집중형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연간 이익 규모에서 압도적인 결과를 냈다.
수급 불균형·PC·모바일 원가 부담…관세·지정학 리스크도
호황의 이면에는 부담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생산을 극대화해도 수요를 100% 충족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공급 제약을 언급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PC·모바일 세트 업체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며 구매 물량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PC·모바일 수요에 대해 “부품 원가 상승과 소비 심리 약화로 단기 출하 조정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역시 DX부문에서 스마트폰 신모델 효과 둔화와 경쟁 심화를 언급하며 완제품 시장의 체감 경기가 변수임을 드러냈다.
외부 변수에 대한 관점도 갈린다. 삼성전자는 2026년 전망에서 글로벌 관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매크로 리스크를 전면에 두는 한편, 로직·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갖춘 ‘원스톱 솔루션’ 반도체 회사라는 구조적 강점을 강조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를 넘어 솔루션과 생태계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에 ‘AI 법인’를 설립해 AI 핵심 기업들과 협력하며, 메모리 중심의 AI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