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내분비종양과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은 진단과 치료 모두에서 의료진과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대표적인 난치성 암이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초기에 진단될 경우 치료 성적이 우수하지만, 전이가 동반된 경우 치료가 쉽지 않고,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역시 기존 호르몬·항암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병이 계속 진행되는 특성을 보인다. 기존 치료로 충분한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 접근이 절실한 실정이다.
난치암 치료의 돌파구로 핵의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것이 악티늄(Ac-225) 알파핵종 표적치료다. 이는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치료법으로, 악티늄은 기존 루테슘과 같은 베타선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알파선이 베타선보다 훨씬 강한 에너지로 암세포를 파괴하면서도, 투과 거리가 짧아 주변 정상 조직 손상은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병원은 방사성의약품 치료 분야에서 축적된 임상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202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악티늄 알파핵종 표적치료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핵의학과 임일한 박사(핵의학 전문의)가 임상연구를 주도했다. 임 박사는 해외 연구 동향과 안전성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며,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악티늄 치료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이끌었다.
대표적인 치료 사례는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이 간과 뼈로 전이된 환자다. 해당 환자는 수술과 호르몬 치료, 루테슘 방사성의약품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이 계속 진행된 상태였다. 원자력병원은 다학제 논의를 거쳐 국내 첫 악티늄 임상치료를 결정했다. 임 박사는 치료 전후 정밀 영상 검사로 치료 효과를 평가했다. 치료 후 PET/CT 검사에서 종양 활성도가 감소했고, 혈중 종양표지자 수치도 뚜렷하게 호전됐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진행성 위 신경내분비종양 환자에게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 환자는 치료 전 PET/CT 검사에서 간에 다수의 종양 병변이 확인됐고, 치료 표적 발현 평가를 거쳐 악티늄 치료를 받았다. 치료 프로토콜상 최대 4회까지 계획되었으나, 2회 치료 후 시행한 추적 영상 검사에서 간 병변의 감소가 관찰됐고, 전신 상태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 사례는 악티늄 치료가 일부 환자에게서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치료 반응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게서도 악티늄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기간 호르몬 치료와 항암치료에도 병이 진행돼 뼈를 포함한 여러 부위로 전이가 확인된 환자였다. 원자력병원은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의 발현 여부와 전이 범위를 정밀 영상으로 평가한 뒤, 환자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악티늄 알파핵종 치료를 시행했다. 치료 후 일부 전이 병변의 변화와 종양 표지자 수치의 감소가 관찰됐다. 전신 전이가 광범위한 상태였으나, 진행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악티늄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일한 박사는 “새로운 치료법일수록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하나씩 확인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악티늄 치료가 환자에게 하나의 가능성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악티늄 치료는 과거 환자들이 해외까지 나가야만 받을 수 있었던 치료였다. 원자력병원은 진료 현장의 문제의식을 연구로 발전시켜 국내 첫 임상 적용을 추진해 왔다. 악티늄 알파핵종 표적치료는 현재 임상시험 및 치료목적사용 승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연구와 진료가 함께 움직일 때 난치암 치료의 새로운 길은 조금씩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