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기대’ 꺾였다…워시 충격에 비트코인 7만달러대 추락

‘유동성 기대’ 꺾였다…워시 충격에 비트코인 7만달러대 추락

기사승인 2026-02-02 17:28:49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발 악재에 심리적 지지선인 8만달러대가 붕괴됐다.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장기 침체기)가 시작됐다는 시장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국발 클래러티(CLARITY)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2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7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0.48% 하락한 7만539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8만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자산군이 급격히 떨어진 바 있다. 

대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인 이더리움 가격도 같은 시간 1.74% 하락한 2188달러에 장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엑스알피(XRP·리플), 솔라나, 도지코인 등 가격도 각각 1.68%, 2.05%, 2.70% 하락했다.

이들 가상자산은 최근 일주일 동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7일 전 대비 14.11% 급락했다. 알트코인의 낙폭은 더욱 가파르다. 이더리움은 7일 전 대비 23.61% 급락했다. 엑스알피, 솔라나, 도지코인 등도 각각 17.73%, 19.74%, 17.16% 떨어졌다. 

투자심리도 급변했다. 코인마켓캡이 제공하는 가상자산 공포 및 탐욕지수는 이날 기준 15로 극단적 공포를 나타내고 있다. 연초 시점인 지난달 4일 기록한 42(중립)와 비교하면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셈이다. 공포 및 탐욕지수 수치는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공포를 의미한다. 반대로 100에 근접할 경우 극단적 탐욕을 뜻한다.

이같은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는 소식의 여파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준 의장 중 한명, 어쩌면 최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시 지명자는 오는 5월 임기가 종료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뒤를 이어 부임할 예정이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워시 지명자는 과거 연준 이사 시절 양적완화(QE)에 반대해 사임했을 정도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인물로 평가된다. 통상 가상자산은 연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 수혜를 받는다. 그러나 연준이 긴축에 무게를 둘 경우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가상자산 전반의 지지 기반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 후보는 연준 자산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고 주장한다”라며 “표면적으로 보면 금리 인하는 예상대로 진행되겠지만, 반대급부로 연준 자산이 축소되는 것은 유동성이 투자심리에 중요한 비트코인에 부정적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양적완화를 통한 연준 자산 확대와 여기서 파생되는 디베이스먼트(통화 희석 효과)는 비트코인의 핵심 투자 포인트였다”면서 “이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점이 최근 약세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하락세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 상장된 12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3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기간 빠져나간 자금은 57억달러(약 8조1600억원)에 달한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요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 1월만 해도 14억3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비트코인 반등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디지털자산 정책인 클래러티 법안 통과가 전망되는 올해 상반기를 제시한다. 

클래러티 법안은 미국 내 가상자산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으로 증권과 상품 여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게 핵심이다. 법안은 가상자산의 △탈중앙화 △분산 거버넌스 △투명성 △오픈 네트워크 △비집중적 소유구조 △기술인증 등 성숙한 블록체인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품(Commadity)으로 분류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관할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디지털자산 정책 법안이 통과된 시점마다 가상자산 흐름을 결정짓는 비트코인 가격 흐름은 우상향을 선보였다. 일례로 지난해 7월 지니어스(GENIUS) 법안 통과 전후로 비트코인 가격은 12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신고가 경신 랠리를 펼친 바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부터 미국 상원에서 클래러티 법안 논의가 재개됐다”면서 “상반기 법안 통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는 시장 분위기를 전환하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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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