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광풍에 원재룟값 불붙었다…대기업까지 몰려 소상공인 ‘비명’

‘두쫀쿠’ 광풍에 원재룟값 불붙었다…대기업까지 몰려 소상공인 ‘비명’

기사승인 2026-02-03 06:00:12
서울의 한 베이커리에서 두바이 쫀득 쿠키가 판매되고 있다. 심하연 기자

“환율 상승으로 재룟값이 치솟은 상황에서 대형 프랜차이즈들까지 두바이 관련 메뉴를 내놓으면서 원재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개인 카페들은 대량 구매가 어려워 가격 상승과 물량 부족을 동시에 겪고 있어요.”

디저트와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박모씨는 두바이 디저트 메뉴를 내놓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고 했다. 불황 속 ‘효자 메뉴’로 떠오른 두바이 디저트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와 식품기업들까지 판매 대열에 가세하면서 핵심 재료인 카다이프·피스타치오 수급 불안 및 가격 급등이 소상공인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피스타치오·카다이프 가격 급등…코코아도 55%↑

2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피스타치오 수입량은 2020년 833톤에서 지난해 2001톤으로 5년 새 2.4배 늘었고, 카다이프 수입량도 같은 기간 1만107톤에서 1만4953톤으로 증가했다.

수입 단가 상승폭은 더 가파르다. 피스타치오는 지난해 1월 톤당 1500만원 수준에서 이달 2800만원으로 1년 만에 84% 뛰었다. 지난해 월평균 수입량이 167톤이었던 데 비해, 지난해 12월에는 372톤이 들어오며 수요 또한 급증했다.

또 다른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원재료인 코코아 파우더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설탕 등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코코아 파우더의 수입 단가는 지난해 1월 ㎏당 6.71달러에서 같은 해 12월 10.42달러로 약 55% 급등했다.

원재료 쇼크에 직격탄…베이커리 업계 ‘한숨’

이처럼 원가 압박이 심해지자,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나, 마진 축소와 원재료 수급 불안이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다. 일부 도매 유통 채널에서는 선결제·선점 방식의 거래가 늘어나는 등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특히 개인 카페들은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고, 한 번에 사들이는 물량이 적어 도매 단계에서 붙는 비용을 줄이기 어렵다. 중간 유통업체들 역시 소량 주문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원재료 가격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초콜릿 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메뉴 조정에 나선 상황을 알리는 안내문. 독자 제공

박씨는 “지금은 (두바이 디저트) 수요가 많아 특수라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계속 팔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어 “요즘은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를 제때 구하지 못하고 있다. 발주 때마다 가격 변동이 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2~3배 가까이 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가 부담을 감안하면 수익성 역시 기대만큼 크지도 않다. 그는 “일반 메뉴는 보통 30% 정도 마진을 잡지만, 두바이 디저트는 원가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에 인건비와 공과금 등을 제외하면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며 “그래도 유행을 따라가지 않을 수는 없다. 두쫀쿠와 같은 메뉴를 찾으러 왔다가 커피까지 함께 주문하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바이 디저트를 취급하지 않는 자영업자들에게도 재료비 상승에 따른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기존 메뉴를 줄이고 새로운 디저트에 집중했다가 단골손님이 빠질까 봐 시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요즘은 버터를 비롯해 거의 모든 재룟값이 오르고 있다”며 “케이크와 마카롱, 스콘이 주력인데 코코아 파우더 가격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배 가까이 올랐다. 1월 중순부터는 초콜릿케이크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베이킹 업종은 원재료 상승 타격이 특히 크기 때문에 이런 점이 가장 힘들다”고 호소했다.

커지는 두바이 디저트 판…대기업들 가세

원재료 가격 상승 및 품귀 현상 가속에는 대기업들의 두바이 디저트 진출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달 30일부터 ‘두바이 쫀득롤’ 판매에 나섰다.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페이스트를 마시멜로로 말아낸 제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타벅스는 다음 달 두바이 초콜릿을 활용한 음료 2종도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스타벅스뿐만이 아니다. 최근 이디야커피는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와 음료를 묶은 세트 메뉴를 쿠팡이츠에서 단독 론칭했으며, 공차는 ‘두바이 쫀득 초콜릿 크러쉬’와 ‘두바이 스틱 케이크’를 출시했다. 파리바게뜨는 앞서 ‘두바이 쫀득볼’을 출시한 데 이어 ‘두쫀 타르트’를 추가로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식품업계도 가세했다. 신세계푸드는 ‘두초크(두바이 스타일 초코 크루아상)’를 출시하며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로 만든 필링을 채워 넣은 ‘두초크’는 지난달 30일부터 2주간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각각 1개 매장에서 한정 판매된다.

업계에선 두바이 디저트 열풍과 대형 프랜차이즈·식품기업들의 동시 진입이 원재료 시장에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시각이다. 원재료 수요 폭증과 함께 대기업의 대량 구매까지 겹치면서 단기적으론 도매 물량이 줄고 가격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입 물량 확대나 신규 거래선 확보로 중장기적으론 공급이 늘어 천천히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두쫀쿠 열풍으로 일부 원재료 품절과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대형 기업들까지 가세하면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안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과거 유행 상품들처럼 수요가 급증한 뒤 수입 물량이 늘고 새로운 공급처가 확보되면, 현재처럼 급등한 가격도 점차 안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