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EV 캐즘에 막힌 K-배터리 성장세…로봇으로 활로 찾나

中 공세·EV 캐즘에 막힌 K-배터리 성장세…로봇으로 활로 찾나

국내 배터리 3사, 새로운 성장 동력 ‘로봇’ 주목
‘저가·물량 공세’ 중국과 비교해 경쟁 우위 기대
시장 수요는 아직 미미…기술 개발 속도 더 내야

기사승인 2026-02-02 17:42:06
테슬라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테슬라 홈페이지 캡쳐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저가·물량 공세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로봇 시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봇이 전기차(EV)·에너지저장장치(ESS) 이후 배터리 산업의 성장 흐름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EV와 ESS에 이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로봇 시장을 낙점하고 기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은 제한된 공간에서 장시간 자율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특성상 고에너지 밀도와 순간 출력, 반복 충·방전 내구성, 안전성 등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업계는 이러한 특성이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기반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양산해 온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비롯해 글로벌 업체들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로봇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로봇 사업은 원통형 배터리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미 주요 6개 이상의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선도 기업들과 차세대 모델향으로 스펙과 양산 시점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2월 현대차·기아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인터배터리 전시에서는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기아의 서비스 로봇 ‘달이(DAL-e)’를 선보이며 로봇 배터리 기술력을 공개했다.

SK온 역시 물류·산업용 로봇 등 기업 간 거래(B2B) 영역을 중심으로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위아 물류 로봇과 주차 로봇 등에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 중이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중국 내 수소사업 거점 HTWO 광저우 현장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로봇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경우, 중국 업체보다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중국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저가 전략에 집중해 온 만큼, 로봇용 고성능 배터리 영역에서는 대응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가격 공세로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 우려가 컸다”면서도 “앞으로 로봇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봇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이 작아 전체 수요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로봇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차전지 수요는 약 4.6GWh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이차전지 수요의 0.5% 안팎에 불과해 전기차나 ESS와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로봇 배터리 시장 확대를 중장기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국의 빠른 기술 개발 속도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로봇을 비롯한 고부가 배터리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며 “현재 시장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EV와 ESS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국 역시 로봇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갈 가능성이 큰 만큼, 기술 역량뿐 아니라 향후 가격 경쟁력까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며 “로봇 시장의 일반화가 진행될수록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생산 역량의 속도 역시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