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언제 끝나나”…또다시 운임 출혈경쟁 시동 건 항공업계

“치킨게임 언제 끝나나”…또다시 운임 출혈경쟁 시동 건 항공업계

LCC, 연초부터 대규모 할인 공세 이어져
출혈 경쟁에 따른 적자 구조 되풀이 우려
‘항공 여객 역대 최대’에도 실적 내리막길
“체질 개선 없인 수익성 향상 쉽지 않아”

기사승인 2026-02-04 11:00:15
지난달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카운터 앞은 항공권 발급을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승객들로 붐볐다. 송민재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파격적인 특가 프로모션을 앞세워 항공 운임 경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연초부터 대규모 할인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인한 적자 구조가 올해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LCC들은 최근 대규모 프로모션을 잇달아 내놓으며 고객 선점 경쟁에 나섰다. 국제선과 국내선을 가리지 않고 초저가 운임을 앞세운 마케팅이 이어지면서 출혈 경쟁 양상이 본격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항공사별로 보면 제주항공은 오는 10일까지 국내선 6개 노선과 국제선 49개 노선을 대상으로 최대 9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찜 특가’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애플리케이션 알림 수신 동의 고객에게 최대 10만원 상당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병행하고 있다.

진에어는 오는 4월30일까지 우리카드와 제휴를 맺고 항공 운임 할인 행사를 실시한다. 우리카드로 항공권 20만원 이상 결제 시 1만원을 즉시 할인해 주며, ‘우리카드 UniMile’을 신규 발급해 결제하는 고객에게는 최대 7만원의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기내식을 100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함께 운영 중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항공권 최대 96% 할인을 내건 대규모 특가 행사도 진행했다.

에어서울 역시 4일(오늘)까지 국제선 전 노선을 대상으로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일부 노선의 경우 편도 총액 기준 9만원대부터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운임을 낮췄다.

앞서 항공사들은 지난해에도 대규모 운임 할인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수요 확대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항공 여객 수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항공협회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산한 항공 여객 수는 1억2479만308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1억2336만명)보다 1.2%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 같은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까진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 LCC 4개사(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의 영업손실 합산 규모는 약 2000억원에 달했다. LCC 분기 기준 합산 적자가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티웨이항공은 3분기 영업손실이 9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배 이상 급증했고,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도 각각 550억원, 225억원, 2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국내 상장 LCC 4개사(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의 영업손실 합산 규모는 약 2000억원에 달했다.

항공사 간 경쟁 심화가 즉각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가 늘어도 수익은 늘지 않는 기형적 구조가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 간 과도한 가격 경쟁이 운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탑승객이 증가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계속해서 적자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파라타항공과 섬에어 등 신생 항공사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항공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LCC들의 저가 운임 경쟁 압박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항공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 없이는 이 같은 구조가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화연 호남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교수는 “프로모션을 확대해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수익이 개선되는 구조가 아니다. 현재 구조는 오히려 적자 확대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고착화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만 업계 특성상 프로모션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수요층을 보다 더 다양화하고 타깃을 확대해야 한다”며 “교통약자부터 어린이, 청년 등 여러 수요에 맞게 맞춤형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정부의 관광 정책과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