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건과 관세 폭탄의 모순…K-조선, ‘전략적 예외’ 이끌어낼 방안은

미국 재건과 관세 폭탄의 모순…K-조선, ‘전략적 예외’ 이끌어낼 방안은

기사승인 2026-02-03 19:26:42
아이오와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25% 보편 관세’를 시사해 우리 정부가 대응에 나선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고율 관세에 대한 대비책을 구상하면서도 미국 측이 전략적 안보 인프라 구축을 우선할 시의 예외 적용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사태 봉합에 나섰으나, 구체적인 해법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업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자동차와 같은 기성품과 달리 ‘오더 메이드(Order-made)’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된다”며 “계약 시점에 선가를 확정 짓는 특성상, 건조 과정에서 관세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선사가 떠안게 되는 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1년 강재 가격 급등 당시, 국내 조선 3사는 수주 물량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후판가 상승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 반영으로 인해 수조원대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관세 인상이 다시 한번 원가 쇼크를 촉발해 미국 조선사에 부담을 지우고, 이에 한국산 기자재 가격 경쟁력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대형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선을 주력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과거에 비해 후판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15%이상을 차지해 관세 협상 결과가 영업이익에 미칠 영향은 큰 상황이다. 미국이 한국산 기자재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 선박과 부품의 최종 인도 가격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유지해온 국내 조선업의 가격 경쟁력을 훼손해 기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제조 생태계 전반의 근간을 흔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조선 및 방산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해당 품목이 미국 안보를 위한 ‘조달 자산’으로 인정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한미 간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체결 여부가 핵심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군함과 관련된 물품을 미국에 조달할 때 RDP/A와 같은 협정이 체결돼 있다면 관세 예외 협상이 수월해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체결 전 단계”라고 짚었다. 미국이 한국의 조선 기술을 자국 해군력 재건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정의한다면 관세 면제라는 ‘특혜’를 얻을 수 있지만, 일반 수출품으로 분류될 경우 한국 선박의 가격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 등 미국 내 추진 중인 조선 재건 사업 ‘마스가(MASGA)’는 관세 이슈의 가장 민감한 지점이다. 현행법상 미국 내에서 배를 건조해 ‘메이드 인 USA’ 지위를 얻으려면 원칙적으로 모든 자재를 미국산으로 써야 한다. 하지만 미국 내 공급망이 무너진 현 상황에서 마스가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선 향후 한국산 기자재 반입은 필수적이다.

현재로서는 존스법(Jones Act) 등 자국 보호 법안들이 여전히 강력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25%의 관세보다는 이러한 법적 규제가 더 큰 병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최근 노르웨이 쇄빙선 사례처럼 일부 기자재의 우방국 조달이 허용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어, 마스가 프로젝트 본격화 시 한국산 기자재에 대한 관세 완화 및 예외 적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협상이 시급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발언 후 협상을 통해 한발 물러서는 TACO(Trump Always Chicken Out) 기조를 반복해온 만큼, 이번 관세 위협 역시 한국의 핵심 안보 자산(핵잠 기술, 조선 인프라)을 미국 본토로 끌어들이기 위한 협상용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이 트럼프의 ‘미국 재건’ 논리에 부합하는 전략적 파트너임을 입증하는 것이 관세 폭탄을 피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조언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대안이 없다면 관세 피해는 결국 미국 내 수입업자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 역시 “미국이 한국과의 협력을 원하는 상황이기에 선별적인 조율 과정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