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시사하면서 서울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매물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오는 5월 9일 종료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내용의 법·시행령 개정은 논의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SNS를 통해 “5월9일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난 4년간 유예 반복을 믿게 한 정부 잘못도 있으니 2026년 5월9일까지 계약한 것은 중과세 유예를 해 주도록 국무회의에서 의논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이 주택을 매도할 때 일반 양도소득세율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현재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할 경우, 양도소득세 기본세율(6~45%)에 더해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주택자에게 20%p(포인트), 3주택자 이상 보유자에게는 30%p 각각 중과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를 포함하면 3주택자의 최고 세율은 82.5%에 달한다.
다만 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5월9일까지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경우, 기존 조정대상지역 주택(강남·서초·송파·용산구)은 3개월 이내,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새롭게 지정된 조정대상 지역 주택(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광명 등)은 6개월 이내에 잔금 납부 또는 등기를 완료하면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 주는 방안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높일 경우 보유 주택 매도가 늘어나 시중 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단기간 내 주택 공급 확대가 어려운 만큼,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시장에 나오면 공급 부족을 완화하고 집값 상승 압력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주택 매물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9021건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의 양도세 중과 유예 관련 발언이 있었던 지난달 23일 이후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뚜렷하게 늘어났다.
지역별로 지난달 23일과 4일 매출을 비교해 보면 마포구는 1435건에서 1530건으로 95건, 성동구는 1212건에서 1373건으로 161건 증가했다. 용산구 역시 1284건에서 1362건으로 78건 늘었다. 강남3구의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강남구는 7585건에서 8261건으로 676건, 서초구는 6267건에서 6774건으로 507건, 송파구는 3526건에서 3997건으로 471건 증가했다.
가격을 비교적 낮춰 매물을 내놓는 사례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지난 1월 전용면적 84.99㎡가 30억원, 31억25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28억~28억5000만원 수준의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다. 다만 이러한 가격 조정은 매물별·소유주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남구 공인중개사 A씨는 “매물이 조금 늘어나긴 했으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춰 내놓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며 “동일 단지라도 층수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매도보다는 증여로 수요가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5월9일 이전까지는 일정 수준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도 “유예가 종료된 이후에는 매도보다 증여로 방향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시장에 매물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상당수에는 이미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주택은 당장 매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혜택이나 유예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물이 크게 늘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고 보다 근본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5월9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고, 비거주 1주택과 고가 1주택에 대한 양도세·보유세를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며 “양도소득세 감면 기준을 단순한 보유 기간이 아닌 실제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시가격 제도를 정상화해 보유세의 정상 과세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