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AI로 잇는 에너지고속도로” 초고압과 지능화가 만난 전력산업 ‘넥스트 레벨’ [현장+]

“DC·AI로 잇는 에너지고속도로” 초고압과 지능화가 만난 전력산업 ‘넥스트 레벨’ [현장+]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일렉스 코리아2026’ 4일 개막

기사승인 2026-02-04 17:05:53 업데이트 2026-02-04 17:14:10
LS전선 전시 부스 전경. 이수민 기자 

“단순히 전력을 전송하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얼마나 손실 없이 효율적으로 보내고 지능적으로 제어하느냐가 핵심입니다. 특히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처럼 장거리 전력 전송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HVDC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공 역량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봅니다.” 

전시 현장에서 만난 LS전선 관계자의 말이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에 따라 기존 교류(AC) 중심의 전력망을 직류(DC)로 전환하고 AI로 최적화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력 시장은 고압직류송전(HVDC)과 지능형 전력망 솔루션을 중심으로 급격한 재편을 맞이하고 있다.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일렉스 코리아2026’는 이러한 미래 에너지 기술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규모를 키워 역대 최대인 350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850부스 규모로 운영돼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실전 솔루션들을 대거 선보인다.

전시장 초입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 LS전선은 ‘전력 전송의 토털 솔루션’을 주제로 HVDC 해저 케이블 기술력을 강조했다. 단순히 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1만3000톤급의 초대형 포설선을 활용한 시공 역량까지 갖춰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1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LS전선 관계자는 “케이블을 깔 뿐 아니라 진단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공급을 한 눈에 파악, 관리하는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전선 역시 해저 케이블 전 주기(Full Value Chain) 체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용 포설선인 ‘팔로스(Palos)’호는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한 포설선으로 자항능력과 선박 위치 장비 제어 시스템 등 최신 기능이 탑재된 국내 유일의 CLV(Cable Laying Vessel)이다. 국내 해상풍력과 해양을 보호하는 전략 자산으로서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한전선은 이를 통해 설계부터 생산, 포설, 시운전까지 아우르는 경쟁력을 입증했으며, 2027년 가동 예정인 해저 2공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인 640kV HVDC 케이블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번 전시에서 탄소중립과 분산에너지 확산, 전력 디지털 전환 등 에너지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5가지 솔루션 기술과 운영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또한 기술 실증과 사업화를 위한 기술 지주회사 설립, 유니콘 기업 발굴 등 신사업 비전도 함께 소개한다.

한전의 전시관은 에너지의 생산과 이동, 조절 과정을 첨단 입체 영상 기법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구현해 관람객이 에너지 시스템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관에는 슈퍼커패시터와 초전도 기술, DC 기반 전력기술을 비롯해 지능형 배전망 운영시스템과 지능형 검침 인프라 등 다양한 전력 디지털 기술을 확인할수 있다. 특히 차세대 기술인 에너지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솔루션이 돋보였다. 한전 관계자는 “하나의 거대한 발전소처럼 에너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운영됨으로써 공공 데이터의 활용 영역을 넓혀 효율화를 이루게 된다”며 “시스템을 지원하며 안정적인 전력 가동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LFP 셀. 이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력을 선보였다. 2023년 국내 최초로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며 한국 중국, 북미 유럽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해 온 LG 에너지솔루션은, LFP(리튬·인산·철) 셀을 적용해 최근 화두가 된 화재 안전성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산업용 ESS 기술을 이날 선보였다. 수냉식 냉각팩, 리퀴드 쿨링 플레이트 등 다양한 관련 기술은 공랭식에 비해 61%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재생에너지 통합 관리 서비스. 이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장 부스에는 현재 양산 중인 파우치형 셀과 함께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각형 셀’이 차세대 제품으로 전시됐다. 각형 셀은 알루미늄 포일 조직의 파우치 형태와 달리 철제 캔(Can)에 화학 조성물을 넣어 배터리화한 것이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한 AI 기술과 날씨 예측을 결합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전력 거래를 대행해 주는 ‘EaaS(Energy as a Service)’ 솔루션을 선보이며,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 에너지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ELECS KOREA 2026’에 참가한 정부 및 산업계 관계자들이 한국수력원자력 전시 공간 투어를 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전통적인 에너지 저장 수단인 양수발전도 AI 시대에 맞춰 진화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3개의 전시 공간 구성을 통해 원자력과 기후 대응에 대비한 양수 발전 솔루션을 선보였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출력을 유연하게 제어하는 ‘가변속 양수발전’과 입지 제약이 적은 ‘모듈식 양수발전’ 모형을 소개하고 차세대 에너지 솔루션으로서의 양수발전 역할을 강조했다. 

한수원은 이러한 현 기술에서 나아가 기존 양수 발전과 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양수 시스템’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해 전력 계통 안정과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전력 계통에서 대용량의 물리적 관성을 제공할 수 있는 대표적 자원이 양수발전”이라며 “원자력 전력 계통과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두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 에너지 솔루션으로서 이를 지속 발전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나주시 홍보관에서는 에너지 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확인됐다. 나주시는 38만 평 규모의 에너지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지난해 12월 1조3000억원 규모의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 성과를 공유했다. 나주시는 향후 300여 개의 연관 기업 유치와 1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에너지 수도’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업계 전문가는 “올해 전시회는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앞둔 지자체와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 간의 시너지가 극대화된 자리”라며 “K-스마트그리드가 글로벌 에너지 슈퍼사이클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