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 기술주 약세에도 불구하고 상승하며 5300선을 넘어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책 기대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관, 특히 금융투자 중심의 대규모 매수가 유입되며 지수를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국내 기업 최초로 종가 기준 시가총액 1000조를 돌파했다.
4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3.02포인트(1.57%) 오른 5371.10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6%대 급등에 이어 사흘 만에 500포인트 넘게 뛰며 종가 기준 최고치를 다시 썼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오픈AI–엔비디아 관계 악화 우려와 인공지능(AI)발 소프트웨어 업종 위기론 등으로 기술주가 흔들렸지만, 국내 증시는 AI 수요 둔화가 아닌 산업 구조 재편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상대적 강세를 나타냈다.
수급적으로는 기관 홀로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기관은 하루 동안 1조7825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는데, 이중 1조5000억원 가량이 금융투자 창구로 유입됐다. 개인이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면 금융투자가 현·선물과 현물 바스켓을 동시에 사들이는 구조를 고려할 때, 개인의 ETF 자금이 기관 매수로 지수에 지렛대를 제공한 셈이다. 반면 외국인은 9367억원, 개인은 1조66억원 순매도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대체로 빨간 불을 밝혔다. 특히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이날 1% 가량 올라 16만9100원에 마감, 국내 상장사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해 이른바 ‘천조전자’ 시대를 열었다. 이날 기준 코스피 전체 시총 4437조3235억원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6%다. 불과 1~2년 전 ‘5만전자’ 논란에 시달리던 주가가 AI발 메모리·파운드리 슈퍼사이클 기대를 타고 몸값을 세 배 가까이 불리면서 유가증권 시장 전체 리레이팅(재평가)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는 2.54%, LG에너지솔루션도 2.94% 상승했다. 삼성생명이 6.01%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두산에너빌리티·한국전력 등 원전·전력 인프라 관련주도 5% 안팎으로 뛰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0.77% 빠졌고 신한지주도 1.67% 내렸다.
업종별로는 보험과 전기가스가 5%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금속, 건설, 기계장비 등 경기·설비투자 민감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반면 IT, 의료정밀기기 업종은 소폭 약보합권에 머물며 지수 대비 부진한 흐름을 기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여타 증시에 비해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며 전세계 주도 국가로 자리잡았다”면서 “연초 이후 트럼프 관세 리스크, 연준 불확실성, AI 수익성 우려 등 하방 압력에 노출되면서도 유독 국내 증시가 강했던 건 반도체 중심의 이익 모멘텀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참여하지 못했던 개인투자자들의 포모(FOMO) 성격이 가미된 추격 매수세가 가속화되는 등 국내 증시가 유동성 특수를 누리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2일 기준 예탁금은 111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이다. 즉, 12월말에 비해 주식을 사려는 개인투자자들의 대기성 자금이 약 1개월 만에 20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유동성이 과거 강세장에 비해 풍부함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속도조절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는 ‘검은 월요일’ 급락 직후 이틀 만에 낙폭을 모두 회복하고도 남을 만큼 가파르게 반등한 만큼 미국 기술주 변동성 확대 시 단기 차익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공존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가 쉬어가는 듯했지만 장중 낙폭을 대폭 만회했다”면서 “내일 아침 발표할 미국 알파벳 실적이 중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코스닥 지수는 이날 온탕과 냉탕을 오간 가운데 상승세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0.45%(5.1포인트) 오른 1149.43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48억원, 144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한 반면 개인은 2344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6원 오른 1451.2원에 거래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