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K푸드에 먹구름 끼나…美 관세 압박에 업계 ‘예의주시’

잘 나가던 K푸드에 먹구름 끼나…美 관세 압박에 업계 ‘예의주시’

기사승인 2026-02-06 06:00:08
라면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재차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K푸드 수출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식품·농수산물은 직접 거론되지 않았지만, 적용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국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식품기업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이 상호관세 협정을 불이행하고 있다’며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다시 2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대상에는 자동차와 목재, 의약품 등이 포함됐다.

식품·농수산물은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상호관세가 대부분 품목에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K푸드 역시 25%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은 지난해 전체 K푸드 수출액 136억달러 중 23억달러를 차지한 최대 수출처로, 관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대미 수출 전략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내건 올해 K푸드 수출 목표액은 160억달러다.

관세 인상은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준다. 비용이 오르면 라면과 소스류, 냉동식품 등 주요 K푸드 제품의 현지 판매가 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판매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부 기업은 비용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만큼 실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상호관세 방침을 발표한 이후 수출에 영향을 받았던 주요 기업의 실적을 통해 기우(杞憂)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상이 최근 공시한 지난해 실적을 보면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4016억원으로 전년보다 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06억원으로 3.6% 감소했다. 대상 측은 영업이익 하락 배경으로 “미국 상호관세 등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영향”을 꼽았다.

수출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라면과 과자 등 가공식품을 포함한 농식품의 대미 수출액은 1억39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1000만달러(6.7%) 줄었다. 대미 농식품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23년 5월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특히 핵심 품목인 라면의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1400만달러로 17.8% 감소했다.

업계는 불닭 브랜드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삼양식품이 특히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농심·오뚜기·CJ제일제당처럼 미국 현지 생산 공장을 이미 가동 중이거나 구축하고 있는 기업들과 달리, 전체 매출의 약 8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삼양식품은 미국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를 앞세워 현지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으며,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전량 경남 밀양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상호관세 이슈 당시에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 내 유통 채널 공급가를 최종 9% 인상한 바 있다. 이같은 우려에 삼양식품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결정이 나오지 않은 만큼 정부의 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반에서는 관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 지역 확대와 원가 경쟁력 강화, 가격 조정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시점과 방식은 정책 방향이 확정된 이후에야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관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 다변화와 비용 절감, 현지 생산 검토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