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위기에…건보공단 “과도한 진료 줄이겠다”

건보재정 위기에…건보공단 “과도한 진료 줄이겠다”

기사승인 2026-02-05 17:05:00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5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적자 전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잉 진료 단속 등을 강화해 재정 지출을 줄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주요 사업 내용 중 하나인 ‘급여분석을 통한 적정진료 문화 정착’에 관한 내용을 설명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현재 누적수지금 약 30조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단기 수지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올해는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공단은 건보 지출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수가와 의료행위량 증가에 있다고 분석했다. 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진료비 지출 증가 요인 가운데 고령화와 입원·외래 진료 횟수 증가의 영향은 20%대에 그친 반면, 수가와 의료행위량 증가가 70%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공단은 급여 분석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의료행위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건보공단은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을 통해 급여비 분석 체계를 구축하고, 데이터상 과다 의료행위가 의심되는 의료기관을 발굴해 전문가 자문과 문헌 검토 등을 거쳐, 의료행위의 적절성을 다각도로 검증할 예정이다. 이후 필요시 현장 확인 등 후속 조치를 통해 적정진료 문화 정착을 유도할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이미 유방암 판정 유보 사례나 소아과에서 진행하는 감기 환자에 대한 비인강경 검사와 관련해 적정진료추진단이 검증과 후속 조치를 거쳐 약 3억원의 재정을 절감했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하나둘씩 아껴 재정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사무장병원 대응 방안도 함께 설명됐다. 건보공단은 특사경 확대가 불법 개설 기관을 중심으로 전문성을 갖춘 조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 기관을 통해 의사가 자본에 종속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정 이사장은 “최근 사무장병원이 MSO(병원경영지원회사) 등 합법 구조를 가장해 운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의사가 자본에 종속되는 구조가 반복되면 의료 질과 건보 재정 모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 개설 기관을 사후에 적발하더라도 이미 자금이 빠져나가면 요양급여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특사경은 건보 재정 누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에 중요하다”고 전했다.

건보공단은 특사경 확대가 의료기관에 대한 단속이나 규제가 아니라, 불법 개설 기관을 선별적으로 적발해 의료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연간 조사 대상은 약 300곳으로, 전체 의료기관과 약국이 약 10만곳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건보공단 특사경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의료인 규제로 받아들이며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특사경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만 수사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며 “별건 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경찰은 무면허 의료행위 등 일반 보건의료 범죄에 특화돼 있다면, 건보공단 특사경은 불법 개설 기관 조사에 특화된 인력들로 구성돼 특정 분야만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며 “이를 통해 수사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