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양제 챙겨먹기’는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영양제와 건기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를 둘러싼 유통 채널과 소비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꼼꼼한 소비자들의 등장과 함께 변화하는 영양제 시장의 모습과 그에 따른 부작용, 슬기로운 영양제 복용 전략을 짚어보고자 한다. 총 다섯 편에 걸쳐 영양제 소비의 현재와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
영양제 시장에서도 ‘1+1’, ‘파격 할인’과 같은 박리다매 판촉 행사는 이제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다. 소비자들은 마트와 창고형 약국, 인터넷 등에서 진행되는 건강기능식품 할인 행사에 이끌려 영양제를 대량으로 구매하곤 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건기식 시장은 성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영양제 판촉 행사가 오히려 사회 전반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경고한다.
60대 남성 A씨의 집 다용도실 한쪽 선반에는 각종 영양제가 쌓여있다. 직장 동료와 후배, 친척들이 선물한 홍삼액을 비롯해 오메가3, 종합비타민, 유산균 등은 이미 먼지가 쌓인 지 오래다. 최근 아내가 인터넷에서 초특가로 구매한 관절 영양제가 도착했지만, 다용도실 선반에는 더 이상 놓을 공간이 없었다.
A씨의 사례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다. 명절 이후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려는 게시물이 늘어나는 모습이 이를 보여준다.
영양제 시장에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집에 쌓이는 건기식도 늘었다. 이로 인해 오래 보관한 영양제를 먹어도 되는지 묻기 위해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변에서 선물 받은 영양제를 ‘귀하고 좋은 것’으로 여겨 아플 때 먹기 위해 아껴두었던 경우다. 막상 건강이 나빠져 집에 있던 건기식을 꺼내보면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보관을 잘못해 포장재가 부풀어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안화영 약사의 약국에도 집에 두었던 선물받은 영양제를 먹어도 되는지 묻는 환자들의 방문이 잦다. 상담을 위해 큰 상자에 여러 영양제를 담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유통기한이 지나 약국에서 대신 폐기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안 약사는 “단골 환자들이 집에 있던 건기식을 가져와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제품을 확인해보면 변질됐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영양제의 문제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변질 여부를 겉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약품과 달리 건강기능식품은 제품 특성상 변질 가능성이 높지만, 외관상 변화가 뚜렷하지 않아 경계심 없이 복용하기 쉽다. 이 때문에 건강을 위해 섭취한 영양제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약사는 “오래된 건기식은 겉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유통기한이 지나면서 미생물이 증식했거나 변질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효능 저하를 넘어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양제를 저렴하게 대량 구매하기 쉬워지면서 또 다른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 선물받았던 영양제와 같은 제품을 다시 선물받아 집에 쌓아두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고령층일수록 동일 성분의 영양제를 여러 차례 받는 경우가 많아, 결국 폐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안 약사는 “방문약료를 하다 보면 회사만 다른 동일 성분의 영양제가 여러 개 쌓여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이미 먹다 남긴 영양제가 있어도 선물하는 쪽에서는 다 먹었을 것으로 생각해 같은 제품을 다시 건네는 일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집안에 쌓인 영양제는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결국 폐기물로 전락한다”며 “귀한 선물로 여겨졌던 영양제가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사들은 유통업체와 제약사들이 영양제 가격 경쟁에 몰두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집안에 쌓여가는 건기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 약사는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만, 그때는 팩이 터진 홍삼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며 “다양한 영양제를 저렴하게 대량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건강을 위해 사거나 선물한 제품들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 사회에서 환자들의 잠재적 위험을 줄이려면 영양제 판촉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제약사와 유통사들이 조금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건강은 박리다매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