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지법 복대리 구합니다”…복대리 시장의 실태와 이면

“동부지법 복대리 구합니다”…복대리 시장의 실태와 이면

중개앱보다 변호사 단톡방 활용…법정 ‘긴급 호출’ 빈번
“서면 준비가 핵심, 출석은 요식 행위에 가까워”
오랜 관행 넘어 사건의 책임감 부족·변론의 형식화 우려도

기사승인 2026-02-06 06:00:08 업데이트 2026-02-06 13:52:1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정에 서야 할 변호사가 재판 시간이 중복되거나, 개인적인 사정 등의 이유로 출석이 어려워지는 상황은 빈번하게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 종종 활용되는 방법이 이른바 ‘복대리(複代理)’다. 복대리는 대리인 변호사를 대신해 다른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는 제도다. 제도 자체는 합법이지만 실제 운용 구조와 선임 방식을 두고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중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보다 변호사들 사이의 단체 채팅방이 더 활발하게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익명의 변호사 A씨는 “전용 앱이 일부 있는 건 알고 있지만 활성화돼 있다고 보긴 어렵다. 요즘은 단톡방으로 복대리를 많이 선임하는 추세”라며 “얼마 전 변호사 단톡방에 ‘오늘 서울동부지법 11시40분 복대리 구합니다’ 같은 식으로 급하게 글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복대리 요청은 대부분 당일 또는 사건 직전 시점에 이뤄진다. 사건을 미리 공지하고 여유 있게 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형사 사건의 경우 공판 기일 연기가 쉽지 않아 일정이 겹칠 경우 복대리 수요가 잦을 수 밖에 없다. 반면 민사 사건은 상대적으로 기일 변경이 수월해 먼저 연기 신청을 시도해보고, 법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힐 때 복대리를 찾는 식이다. 

요청 사유도 다양하다. 갑작스러운 신규 의뢰인 방문이나 경찰 조사 일정 중복, 단순 일정 착오까지 다 포함된다. 보통 한 달 뒤 일정을 장담하기 어려워 통상 1주 이내로만 구하는 게 대부분이며, 2주 이상 앞선 복대리 모집은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복대리 수임료는 건당 평균 10만원부터 시작한다.

의뢰인들의 반응 역시 엇갈린다. 변호사는 신뢰가 생명인 만큼 복대리 자체를 불편해하는 의뢰인도 적잖이 있지만, 중간 기일에서 다음 기일을 잡는 정도의 역할이라면 큰 문제로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 A씨는 “실무에서는 서면 준비가 핵심이고 출석은 ‘요식 행위’에 가깝다는 인식이 일부 존재한다”며 “다만 모든 사건이 그런 것은 아니며 변호사 개인의 업무 스타일과 사건 성격에 따라 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복대리 변호사가 사건을 깊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단시간에 기록을 검토하고 출석만 수행하는 구조상, 전략적 변론이나 세밀한 대응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복대리를 전업으로 삼기보단 부업이 더 흔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아울러 복대리 업무는 세무 처리나 수임료 정산, 소속 로펌과의 이해관계 등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한 변호사에 따르면 건별로 외부 복대리를 하면 세금계산서 처리나 회사 보고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그렇다고 단독으로 하기도 껄끄러운 구조라 양해를 사전에 구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픽사베이 제공

그럼에도 복대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정 변동이 잦은 변호사 업계 특성상 복대리 수임료로 얻는 수입은 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건의 빠른 처리에도 효과적이다.

복대리가 익숙하다는 또 다른 변호사 B씨는 “복대리는 일정 부분 수익 발생의 측면도 있으나, 실무상 핵심 이유는 소송 지연을 막기 위한 데 있다”며 “기일 변경이나 연기로 절차가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했다. 이어 “통상 사건 전체가 아닌 특정 기일 출석이나 특정 행위에 한정해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복대리는 법조계에서 오래된 실무 관행으로 인식된다. 일부에선 이를 효율적 업무 분담으로 보지만, 다른 한편으론 사건 책임성 약화와 변론의 형식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복대리 현상이 일반화될수록, 변호사의 책임 범위와 의뢰인 신뢰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도 과제로 꼽힌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전문가는 “복대리 제도가 다단계 하청처럼 운영되면 결국 법률적인 품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의뢰인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기대하고 계약을 맺는 건데, 중간에서 단순 중개 수수료만 취하는 상황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가 반복적으로 재위임될 경우 합법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법률 서비스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복대리는 현재 시장에서 일상적으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고, 경쟁 심화와 사건 수임 압박 속에서 불가피하게 활용되기도 한다”면서 “복대리라는 제도 자체보다는 이를 둘러싼 선임 방식과 구조가 문제인 만큼,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