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꺾였나?’…미국 악재에 휘청이는 국내증시, 전망은

‘벌써 꺾였나?’…미국 악재에 휘청이는 국내증시, 전망은

급격한 변동성 확대, 대외 요인 영향
외국인 ‘역대급 매도’, 포지션 정리+대체자산 급락 여파
“실적 장세 유효, 과열 조정 구간”
설 연휴 앞둔 수급 공백 가능…“추격 매수보다 분할 매수”

기사승인 2026-02-07 06:17:04
6일 코스피는 장중 한 때 5% 넘게 밀리며 4900선 아래로 밀리기도 했지만 장중 낙폭을 만회하며 5089.1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2.49% 하락 마감했다. KB국민은행 제공.

국내증시가 한 주간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시장에선 이를 ‘추세 하락’보다는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매물 소화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외 변수들이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이익 성장 등 펀더멘털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다는 평가다.

다만 설 연휴와 미국 물가 지표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는 만큼, 반도체 등 AI 인프라 업종을 중심으로 한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2월 첫째 주 코스피는 사상 최고점(5376.92)에서 4899선까지 밀리는 등 470포인트대 극단적인 변동 폭을 보였다. 한 주에 두 차례(2일, 6일)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4900선이 무너지며 투매 현상이 나타났지만 장중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5089.14에 마감했다.

급격한 변동성 확대, 대외 요인 영향

전문가들은 단기 급락의 촉발 요인으로 미국의 정치·통화정책 환경 변화와 인공지능(AI) 테마에 대한 ‘기대치 조정’을 동시에 지목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이후 긴축 성향에 대한 경계가 부각되며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한 단계 꺾였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빅테크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AI 투자와 관련된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가 예상치 이상으로 높게 제시되면서 단기 수익성 둔화 우려가 IT·반도체 전반의 조정으로 확산됐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팀장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AI 산업과 기업별 이해관계, 수익모델 변화에 시장이 적응하는 과정”이라며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인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짚었다.

이재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 업체들의 실적이 좋았음에도 CapEx 가이던스가 예상치를 상회하며 향후 수익성에 대한 우려감이 확대됐다”면서도 “한국 기업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며 오히려 빅테크 CapEx 확대는 한국 반도체에 우호적”이라고 강조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AI 소프트웨어 논란은 AI 연산 수요 증가를 의미하며 이는 오히려 AI 하드웨어와 인프라 업종의 이익 증가를 지지하는 요인”이라며 “반도체 등 AI 인프라 산업의 성장은 여전히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역대급 매도’, 포지션 정리+대체자산 급락 여파

이번 급락의 수급 중심엔 ‘외국인 매도’가 있었다. 외국인은 최근 5거래일(2월2~6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1190억원대 순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특히 5일엔 하루 5조원을 웃도는 순매도 폭탄을 퍼부으며 역대 최대 규모 순매도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4조원 가까운 매물이 쏟아졌다.

증권가에선 이를 한국 기업 실적 악화나 구조적 리스크에 따른 ‘숏 베팅’이 아니라, 급등 이후 차익실현과 레버리지 포지션 조정 성격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조정 장세 속 외국인 포지션은 숏 베팅이라기보다는 기존 포지션 청산으로 해석된다”며 “4100선 돌파 직후 현·선물을 동반 순매도했던 지난해 11월과 유사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당시 현물 매도는 12월 중순까지 이어졌지만 선물은 11월 중순부터 선제적으로 순매수 전환하며 지수 낙폭을 제한했듯, 이번에도 외국인 선물 포지션이 매수로 돌아선 뒤 추세가 이어진다면 바닥 통과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물 기준 외국인은 한 주간(2월2~6일) 11조원이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에 강한 하방 압력을 가했지만, 개인은 9조5859억원가량 순매수하며 물량을 상당 부분 받아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투자자 예탁금이 104조원으로, 여전히 높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 대기자금의 두터운 방어력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김지현 연구원은 “조정폭은 클 수 있지만 하단을 제한해줄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비트코인·금 등 대체자산 가격 급락으로 인한 레버리지 청산도 신흥국 증시 전반의 매도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비트코인·귀금속 가격이 급락하면서 파생상품(선물·옵션)에 레버리지로 들어간 투자자들이 강제 청산(마진콜)을 많이 당했다”며 “증거금 부족이 신흥국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증거금을 메우기 위해 먼저 팔 수 있는 신흥국 주식이 일단 던져졌을 뿐, 한국 기업 실적이 나빠졌다는 신호는 아니라는 뜻이다.

“실적 장세 유효, 과열 조정 구간”

국내증시는 요동쳤지만 국내 기업의 이익 레벨업을 고려한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실제로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말 410에서 최근 576.3포인트까지 레벨업됐고,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를 밑도는 8배대 후반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산된다. 실적 개선 속도를 감안하면 코스피 5000선은 과거 대비 ‘고점’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경민 팀장은 “실적에 근거한 코스피 상승 추세, 즉 실적 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기업들의 실적 전망과 EPS 상승세를 고려하면 현재 코스피는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나정환 연구원도 “주가 강세로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지며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구조적 성장성 훼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고점 대비 5% 내외 조정은 강세장 내 일반적인 수준으로 주가 상승 추세 역시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이날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5500에서 7000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며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재확인했다. 씨티는 “한국 거시경제와 주식시장은 지난해 ‘초기 사이클’을 지나 올해 ‘중간 사이클’로 진입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 일각의 우려와 달리 경제 과열이나 통제 불가능한 인플레이션, 긴축적인 정책 기조 같은 후기사이클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의 견조한 성장과 정부 주도의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개혁이 목표치 상향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설 연휴 앞둔 수급 공백 가능…“추격 매수보다 분할 매수”

단기적으로는 긴 설 연휴를 앞두고 수급 공백과 경계 심리가 겹치며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 주에는 미국 1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줄줄이 발표될 예정으로, 특히 CPI는 전월 2.7%에서 2.5% 수준으로 둔화가 예상된다. 지표 결과에 따라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및 우려가 다시 요동칠 수 있어 글로벌 증시 전반의 눈치보기 장세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는 셧다운 여파로 연기된 미국 1월 고용지표 등 대형 매크로 이벤트인 고용과 물가가 한 주에 집중된 만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팀장은 “추격 매수보다는 단기 변동성을 활용한 분할 매수·매집 전략이 유효하다”며 “실적 개선 기여도가 높은 반도체를 비롯한 주도주(자동차·조선·방산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나 연구원도 “시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반도체 등 기업 실적이 견조한 만큼 매수 관점을 유지한다”며 “턴어라운드 종목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