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완주·전주 통합이 다시 전북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지던 통합 논의가 완주군을 지역구로 둔 안호영 의원이 ‘통합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통합 불씨를 되살렸다. 그러나 통합 주체인 완주군민과 군의회가 격렬히 반대하고 있어 통합 성사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안 의원은 지난 2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전북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결정적 시점”이라며 “전주·완주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완주를 강화하는 상생의 방식, 전주와 함께 성장하는 통합안을 만들어 함께 설득하고 실현하면서 전북을 바꿔나가겠다”고도 했다.
통합 절차에 대해서는 “완주군민과 완주군의회, 전주시민, 전주시의회가 민주적 절차를 거쳐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통합 작업을 마무리 짓도록 적극적으로 추동하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전주가 지역구인 정동영 의원과 이성윤(전주을) 의원이 함께했다. 정 의원은 “완주군민의 반대가 심한 것도 현실”이라며 “그 속에서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오늘은 정치가로서 안 의원의 결단이 빛나는 순간”이라며 “안 의원의 결단은 전북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의원도 ‘안호영 결단’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전주·완주 통합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자신을 3선 국회의원으로 키워 준 완주군민이 바라지 않는 일은 못 한다‘고 거듭 밝혀 왔던 안 의원이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꾼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안 의원은 그동안 행정통합에 노력하는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를 비판하며 오히려 ‘전주·완주·익산을 묶는 메가시티’가 적절하다고 주장하다 돌변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기자회견 전날 밤 정 장관이 ‘통합 선언의 키’를 쥔 안 의원을 설득했고, 지역 정치권 변화에서도 도움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도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안 의원을 지지하는 거냐’는 기자 질문에 “정확하게 보셨어요. 정확하게, 정확하게 보셨어요”라고 답해 지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안 의원으로서는 표면적으론 든든한 지원 세력을 등에 업은 셈이지만 ‘밀실 거래’라는 비난이 나온다.
안 의원은 또 “통합반대대책위원회 소속의 주민, 군의원들과 소통했다”며 “우려가 있긴 한데 완주가 전북 발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지만, 결정권을 쥔 완주군민과 완주군의회는 전혀 상의가 없었다고 밝히며 즉각 전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통합 추진은 ‘원점 충돌’ 양상으로 되돌아간 모양새다.
완주·전주 통합반대 완주군민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완주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은 오직 완주군민의 선택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군민 동의 없는 통합 추진’에 선을 그었다. 이들은 “논의 과정에서 군민이 배제됐다”, “정치적 계산과 흥정이 앞서는 구조”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주민 동의와 충분한 공론화, 민주적 절차를 통합의 전제로 제시했다. 통합 반대를 주장하는 완주군의원 11명 전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했고, 통합 관련 절차에 ‘불참하겠다’는 취지의 서명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유의식 완주군의회 의장은 “안 의원의 찬성 발표 이후 군의원들은 멘붕이었지만, 군의원 모두의 통합 결사반대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안 의원이 통합에 찬성한 이유가 있겠지만, 기존과 변화된 상황이 없는데 군의원들이 명분도 없이 반대 입장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유희태 완주군수 역시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의 기자회견을 겨냥해 “행정, 군의회, 지역사회와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 입장이 발표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의 미래와 군민의 삶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은 지역 숙의와 의견 수렴 과정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원칙도 재차 강조했다. 안 의원의 찬성 입장에 동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완주·전주 통합을 위해서는 주민투표나 완주군의회 의결로 가능한데, 지방선거 일정상 주민투표는 물리적으로 어렵고 군의회 의결이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전주시의회는 이미 찬성 뜻을 분명히 밝히며 안 의원의 결단을 환영한 만큼 사실상 완주군의회가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전북자치도도 군의회의 판단 과정을 지켜보며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통합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전북은 ‘5극에 밀리는 3특’이 아니라 오히려 5극보다 더 강력한 지위와 특례를 보장받아야 할 지역”이라며 “정부가 5극을 뛰어넘는 특례와 최소 10조원 규모의 실질적 투자와 특례 확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통일부 장관인 정 의원은 국무회의에서 기초지자체로는 첫 행정통합 논의에 물꼬를 튼 전주·완주 통합에 이재명 대통령의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북자치도 도지사 선거에 나서는 안 의원이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 구도를 만들기 위해 입장을 바꿨다면, 이는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해 준 군민의 뜻보다 정치적 계산과 흥정이 앞서는 현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안 의원의 선회로 통합 논의는 다시 일겠지만 통합에 결사반대하는 완주군민들과 완주군의원들이 안 의원과 뜻을 함께할지는 의문이다. 완주군수와 군의회 의원들이 지방선거에서 공천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국회의원의 입장과 달리 완강하게 반대하며 배수진을 치고 있는 이상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합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임에도 결정의 주체인 군민과 군의회를 철저히 배제하고 공감대 없이 추진된다면 제대로 성사는 되지 못하고 다시 지역 갈등만 키울 뿐이다. 안 의원의 선회가 정녕 전북 발전을 위한 ‘결단’인지, 개인의 정치적 셈법에 따른 밀실 정치 ‘욕망의 산물’인지 완주군민들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