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업계에 사상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업권 2위 거래소인 빗썸에서 내부 실수로 대규모 비트코인을 잘못 입금해 시세 폭락 현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금융당국도 빗썸을 포함한 전체 거래소 대상으로 점검에 돌입했다.
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쯤 자체 랜덤박스 이벤트를 통해 1인당 2천~5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이에 따라 지급된 비트코인은 총 62만개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1개당 9800만원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약 2440억원, 전체 합산 금액은 약 62조원 수준이다.
빗썸은 같은날 오후 7시35분 사태를 인식한 직후 비트코인 오지급 계정 거래와 출금 차단을 시작했다. 이후 약 5분 뒤 출금 차단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회수작업에 나섰다. 투자자들에게 사고 발생 사실과 조치 현황이 처음 공지된 것은 다음날 새벽 0시23분이었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오지급 사고로 인해 고객 여러분께 큰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가상자산거래소의 최우선 가치인 안정성과 정합성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발생 직후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타 거래소 시세(9800만원대) 대비 약 17%가량 급락한 8110만원까지 떨어졌다. 오지급 물량을 확보한 고객이 발빠른 매도 포지션으로 전환하면서 가격이 떨어지자, 다른 투자자들의 이른바 패닉셀(공황 매도)이 발생한 영향이다. 이 대표 역시 사과문을 통해 “사고 발생 시간대 중 일부 거래가 시세 급락으로 인해 고객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체결된 사례(패닉셀)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빗썸은 패닉셀에 따른 고객 손실금액을 지난 7일 오후4시 기준 약 10억원대로 파악했다. 이후 추가될 수 있는 부분까지 회사가 보상하겠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사고 시간대(6일 오후 7시30분~7시45분) 매도 거래 중 저가 매도한 고객 대상으로 차액 전액과 10% 추가 보상을 지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고 시간대에 빗썸에 접속한 모든 고객에게 2만원의 보상도 마련했다. 또 이날 0시부터 오는 15일 23시59분까지 빗썸에서 거래 지원 중인 전체 가상자산(거래유의 종목 제외)의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도 내놨다.
이억원 “내부통제 전반 점검, 적절한 체계도 마련할 것”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당국도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빗썸의 내부통제 실패가 확인됨에 따라 관련 체계 점검과 제도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과 함께 빗썸 사태 관련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위원장은 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거래소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빗썸뿐만 아니라 모든 거래소의 내부통제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적절한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회의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이용자에게 가상자산을 지급할 경우 장부와 보유 가상자산 간 검증체계, 다중 확인절차, 인정 오류제어 등 통제장치의 구축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게 금융위 측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중심으로 모든 회원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자가 점검토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그 결과를 토대로 현장 점검에 착수한다.
전통 금융사에 준하는 내부통제 기준도 마련한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2단계법을 통해 거래소에 금융사에 필적한 수준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가상자산사업자가 외부 기관으로부터 주기적인 가상자산 보유현황을 점검받도록 하고, 전산사고 등으로 이용자 피해 발생 시 가상자산사업자의 무과실책임을 규정하는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도입 준비반을 신설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이행 지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2026년 업무계획 발표 모두발언에서 “최근 빗썸 사태 등으로 나타난 시스템상 구조적 취약점 해소 등 가상자산 시장 이용자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효과적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