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00만대 시대 눈앞인데…韓 점유율 뒷걸음질 왜?

전기차 100만대 시대 눈앞인데…韓 점유율 뒷걸음질 왜?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 100만명 전망
시장 성장 흐름과 달리 국산 전기차 점유율 하락세
BYD 저가 공세 시장 잠식…국내 車업계 지원 절실

기사승인 2026-02-09 17:24:02
현대차 아이오닉 6. 송민재 기자

국내 전기차 1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산 전기차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수입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정부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국산 전기차의 점유율 방어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89만9000대로, 올해 상반기에 1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 2011년 현대차그룹이 첫 양산형 전기차 ‘블루온’을 선보인 이후 약 15년 만에 이뤄지는 성과로,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 확대 흐름과 달리 국산 완성차의 전기차 점유율은 해마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2년 75%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57.2%까지 급감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에는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전기차 등록 대수. 한지영 디자이너

국산 전기차 점유율 하락의 배경으로는 수입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지목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3대 중 1대가 중국산일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시장 침투 속도가 빠르다. 특히 중국 BYD는 최근 2000만원대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도 최근 주요 전기차 모델의 가격을 최대 940만원 인하하며 가성비 경쟁에 가세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가격 인하와 금융 혜택을 병행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아는 최근 EV5·EV6의 판매 가격을 인하하고, 전기차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해 0%대 저금리 할부와 잔가 보장 유예형 할부 혜택을 강화했다. 현대차 역시 전기차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저금리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저가 경쟁이 격화될수록 국산 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우 중국과 비교해 인건비와 생산·공급망 구조 측면에서 동일한 전략으로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친환경차 전환 정책도 국산 전기차의 시장 입지 확보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저공해자동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친환경차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수백만원의 기여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그러나 여전히 내연기관차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정책 목표와 현실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은 테슬라와 BYD 등 외산 업체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처럼 국산 전기차 시장 내 비중이 줄어들면서 국내 전기차 산업을 고려한 제도 보완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국산 전기차의 입지는 약화되고 있다”면서 “국내 산업 여건과 경쟁 구조를 반영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같은 저가 전략을 지속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자국 산업 우대 정책 사례와 같이 국내에서도 국산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엿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