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등록임대주택 세제 축소 시사…묶였던 물량 풀리나

李대통령, 등록임대주택 세제 축소 시사…묶였던 물량 풀리나

기사승인 2026-02-11 06:00:13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들의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특혜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임대주택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장기 공급 절벽 우려 속에 세제 개편을 통해 기존 주택의 매도 유인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임차인 주거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 시내 등록 임대주택 약 30만 가구(아파트 약 5만 가구)는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면과 함께, 영구적인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라는 특혜를 받고 있다”며 “의무 임대에 대한 보상은 임대 기간의 취득·보유·재산세 감면과 임대 종료 후 일정 기간의 양도세 중과 제외로 충분하지 않으냐”고 밝혔다.

등록임대주택은 개인이 소유한 주택을 지자체 또는 국토교통부에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일정 임대 기간과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의 의무를 지키는 대신 세제 혜택을 받는 제도다. 임대료 인상률은 통상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이 제도는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 ‘매입임대주택 사업’에서 출발했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전셋값 급등과 임대차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등록임대주택 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그러나 당시 제공된 세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등록임대주택 제도가 투기 및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제도를 활용하고 이른바 ‘갭투기(전세 끼고 주택 매수)’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 등록임대주택 제도를 손질해 비(非)아파트 장기 매입임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등록임대 유형을 폐지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는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비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6년 의무의 단기 매입임대 제도를 일부 부활시키며 제한적으로 제도를 운영해 왔다.

기존 등록된 매입임대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부터 의무 임대기간이 종료되면서 자동 말소처리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는 문재인 정부 시절 시작된 매입임대주택의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는 시점으로 서울에서만 의무임대 기간이 종료되는 아파트가 2만 가구를 넘어선다. 이들 가운데 일부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해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중장기적인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6738가구에서 내년 2만8614가구로 약 40% 감소하고 2027년에는 8516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는 최근 수년간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는 것으로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평가된다. 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다주택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의 시장 유입을 유도하고 단기적으로라도 공급 물건을 확보하려는 입장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일정 기간의 처분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특혜를 즉시 폐기할 경우 부담이 너무 클 수 있다”며 “일정 기간(예를 들어 1년)을 둔 뒤 폐지하거나 1~2년 동안 특혜를 절반만 유지하고, 2년이 지나면 특혜를 전면 폐지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용 대상을 아파트로만 한정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시장에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면 매도하려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늘어나면서 시장에 매물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아파트의 경우 서울에 남아 있는 등록임대주택이 대부분 폐지돼 실제 남아 있는 물량이 많지 않다”며 “그 중 일부는 매물로 나올 수 있지만, 주택 시장의 흐름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해당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던 사람들이 투자 목적으로 빌라나 투룸으로 이동하면 만족도가 떨어지고, 기존 거주자들은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된다. 특히 전세 가격이 이미 크게 오른 상황에서는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