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지난 6일 계열사인 오션 윈드 파워1로부터 약 7700억원 규모의 대형 풍력발전기 설치선(WTIV) 1척을 수주했다. 해당 선박은 2028년 상반기 인도를 목표로 건조되며, 국내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 등 주요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저가 중국산 선박이 점유해온 해상풍력 설치선 시장의 흐름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수주는 한화그룹이 추진해 온 ‘해상풍력 수직계열화’ 전략의 일환이다. 전남 신안군 우이도 인근 해상에 조성되는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은 3조4000억원을 투입해 390MW급 단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한화오션이 설계·조달·시공(EPC)을 주도하고 계열사가 개발을 맡는 구조로, 한화는 이번 WTIV 확보를 통해 전 과정 독자 수행 체계를 완성했다.
이번 성과는 한화오션의 선제적 투자와 조직 개편의 결과물이다. 2024년 4월 한화로부터 풍력 사업권을 약 4000억원에 양수한 한화오션은, 조선사에서 해상풍력 개발사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해상풍력 투자액을 기존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기술 확보에 매진해 왔다.
성과는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 기준 플랜트 및 풍력 부문(E&I) 매출은 누적 약 4925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5.2%를 차지했다.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15MW급 부유식 하부 부유체 모델 '윈드하이브'가 노르웨이 선급(DNV)의 개념 승인(AIP)을 획득하는 등 차세대 기술력을 입증했다. 필립 레비 사장 등 글로벌 전문가를 영입한 에너지플랜트사업부 신설을 통해 전문성도 강화했다.
대형 프로젝트 수행 역량 역시 입증됐다. 지난해 12월 현대건설과 체결한 2조6000억원 규모의 신안우이 EPC 도급 계약은 한화오션이 단순 선박 제조사를 넘어 대형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쥔 EPC 사업자임을 증명했다. 조선사가 건설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례는 드물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터빈의 대형화는 비용 절감과 직결된다”라며 “제한적인 부지에서 더 적은 기수로 에너지를 최대화해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터빈 대응 능력이 향후 글로벌 시장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한화오션은 이번 WTIV를 20MW급 터빈까지 설치 가능한 확장형 설계로 건조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수주된 WTIV는 20MW급 터빈까지도 설치 가능하다”며 “국내 최다인 4척의 WTIV 건조 실적을 바탕으로 신안우이 레퍼런스를 발판 삼아20MW급 이상까지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정책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RE100 대응을 위해 정부는 최근 2035년까지 해상풍력 25GW 보급을 목표로 선박 등 기반 인프라 확충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인허가 절차를 통합 처리하는 '해상풍력 특별법' 추진으로 사업 기간을 3~4년으로 단축하고, 민간 투자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해상풍력 입찰 시 국산 기자재와 설치선(WTIV) 사용 비중이 높은 사업자에게 ‘산업 생태계 기여도’ 가점도 부여해 공급망 자립화를 지원하고 있다. 국산 인프라 활용 기업에게는 정책 금융 지원과 금리 우대 등 실질적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이는 저가 중국산 선박의 시장 잠식을 막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조치다. 이에 따라 향후 국산 WTIV에 대한 수요 역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중국산이 많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이번 수주 의미가 국산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시작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중국도 대형화 추세라 글로벌 시장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