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짜증연기’ 달인 박정민이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순정마초’로 돌아왔다. 조인성이 아닌 박정민에게 주어진 러브라인이 생경하지만 누군가에겐 낯선 만큼 더 큰 설렘을 안길 수 있다.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의 호오도 이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박정민이 멋져 보인다면 이미 게임 끝, 작품이 합격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베를린', '모가디슈'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며 배우 조인성, 박정민, 신세경, 박해준으로 꾸린 라인업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이야기는 북한산 마약의 국내 유입 루트를 쫓던 국정원 소속 조 과장(조인성)이 북한 여성 인신매매에 북한 고위층과 러시아 마피아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조 과장은 수사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고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를 정보원으로 포섭한다. 한편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은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된다. 그리고 총영사 황치성(박해준)이 그 배후임을 직감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모든 사건의 출발점은 채선화다. 박건과 채선화는 옛 연인 사이고, 이를 눈치챈 황치성은 채선화의 뒤를 캐다 채선화와 조 과장의 관계를 알게 된다. 결국 채선화는 북에 송환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황치성은 채선화를 러시아 마피아에게 팔아넘기고, 그렇게 박건과 조 과장은 각자 다른 이념과 같은 목표를 갖고 채선화를 구출하기 위해 혈투에 뛰어든다.
극중 채선화가 단초로 작용하고 조 과장이 액션의 중심축으로서 서사를 지탱한다면, 박건은 멜로와 액션 사이에서 쉬지 않고 이야기를 확장하는 역할이다. 박건이 곧 ‘휴민트’의 장르이자 정체성 그 자체인 셈이다. 더군다나 박건은 ‘휴민트’를 ‘박정민 헌정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매력적인 설정으로 점철된 인물이다. 이에 박정민의 캐릭터 표현이 작품의 성패와 직결될 것이라 볼 여지가 있다.
박정민은 얼굴 근육의 세밀한 움직임과 강렬한 눈빛으로 사랑하는 이를 다신 놓칠 수 없는 한 남자를 절절하게 그렸다. 애끓는 가슴을 품고도 국가 권력 앞에서 절제할 수밖에 없는 이중적인 면모도 잘 구현해 설득력을 높인다. 하지만 몰입이 됐는지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그의 잔뜩 찌푸린 미간과 공들인 측면 클로즈업은 마치 ‘박정민 멜로장인 만들기 작전’을 수행하는 듯한 인상이다. 때때로 ‘계산된 잘생김’이라는 생각이 드니 집중이 흐트러진다. 다만 관객 개인의 취향과 박정민에 대한 선입견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음을 덧붙인다.
액션은 류승완 감독에게 거는 대중의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군사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디자인한 총기 액션은 시각·청각 모두 만족시키고, 조인성의 쭉 뻗은 상하체와 묵직한 힘이 돋보이는 격투 신은 시원하고 짜릿하다. 조 과장의 동료인 임 대리(정유진)와 박건이 계단에서 맞붙는 장면은 예상보다 더 거침이 없어 뇌리에 깊이 박힌다. 그러나 러시아 마피아와 맞서 싸우던 조 과장과 박건이 갑자기 등을 맞댄다거나 삼각 구도로 선 조 과장, 박건, 황치성이 일제히 발포하는 등 낡은 연출은 사족처럼 느껴진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9분. 쿠키영상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