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조7000억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숨통’ vs ‘비합리적’

서울시 2조7000억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숨통’ vs ‘비합리적’

유동성 숨통 트인다는 평가 속 ‘구조개선 한계’ 비판도

기사승인 2026-02-11 11:00:06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시가 민생경제 대책으로 소상공인에게 2조7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상공인 측에선 숨통 트이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일각에선 실효성 낮은 비합리적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9일 브리핑을 열고 ‘2026 민생경제 활력 더보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경기침체로 먼저 타격을 받는 소상공인·골목상권·소비자·취약노동자 4대 계층을 집중 지원해서 민생 회복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다. 4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자금 2조7906억원 중 2조7000억원은 소상공인 지원에 투입된다. 마이너스통장 지원 한도를 확대하고, 대출 상환기간을 연장해 원리금 부담을 낮추는 등 금융지원이 대책 핵심이다.

시는 이번 대책을 내놓은 배경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짚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코스피 5000시대’를 언급하며 “화려한 숫자 뒤에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며 “시민이 느끼는 경제는 차갑고 무겁고 버겁다”고 진단했다.

소상공인 구조 변화 역시 정책 추진 배경으로 언급됐다. 인건비 부담과 매출 감소로 고용을 줄이고 홀로 영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서울의 1인 소상공인 비중은 2022년 40.7%에서 2024년 43.6%로 증가했다. 고정비 부담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1년 안에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도 같은 기간 14.4%에서 20.2%로 높아졌다.

서울시는 그동안 소상공인 지원에서도 금융지원을 핵심 수단으로 삼아 왔다. 코로나19 이후 긴급경영자금과 정책자금 대출, 신용보증 확대, 이자 지원 등을 중심으로 수조 원 규모의 지원책을 잇달아 내놨다. 고금리 국면에서는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자영업자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시청에서 민생경제 활성화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온 것 자체가 환영할 만하다”며 “신용보증과 금융지원 확대는 당장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지원 중심 대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 시장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반복적인 금융지원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지원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과잉 구조 속에서 시장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사는 잘되는 곳은 잘되고 안 되는 곳은 안 되는 것인데, 공적 재원이 뒷받침되는 금융지원으로 모두를 떠받치는 방식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매출 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을 늘리는 것이 정책적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창업·운영 지원보다는 폐업과 이후 전환을 돕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런 전문가들의 우려에 대해, 금융지원이 단기 처방에 그친다는 지적은 정책의 일부만 본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민생노동국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자금 지원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창업·운영·폐업 등 소상공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설계된 종합 지원”이라며 “금융지원은 여러 정책 가운데 기본적인 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시장 원리를 훼손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은 정책자금이 없더라도 시중은행이나 제2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책자금은 대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자금 수요가 발생했을 때 부담을 낮춰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인 연명 지원이 아니라 일시적인 자금 부담 완화가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