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약국이 등장한 이후 같은 지역의 소규모 약국들이 빠르게 위기에 몰리고 있다. 매출이 10% 이상 감소한 사례가 적지 않은 데다, 소비자 수요가 창고형 약국으로 집중되면서 동네약국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약사들은 약국의 공공성을 고려해 동네약국 생존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최근 창고형 약국 등장 이후 인근 지역 약국가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회원약국 500여 곳을 대상으로 비공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창고형 약국 반경 500m 이내에 위치한 약국들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으며,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회 관계자는 “현재 설문 조사 데이터를 분석 중이라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창고형 약국 등장 이후 동네약국의 피해가 상당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일부 약국의 경우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감소를 기록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의 출현이 이미 매출 감소를 겪고 있던 소규모 약국들의 쇠퇴 속도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도 지역 내 대형 약국에 밀려 경영 부담이 커졌던 동네약국들이 창고형 약국 등장 이후 생존 기반이 한층 더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서울 시내에 조제실을 갖춘 창고형 약국이 등장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과거 창고형 약국이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처방전 조제까지 병행하며 인근 환자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던 병·의원 인근 조제 전문 약국들 역시 생존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네약국의 쇠퇴가 지역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환자 상담과 복약 지도, 지역 주민의 건강관리 창구 기능을 해온 동네약국이 사라진다면 의료 접근성과 공공성이 함께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장 이후 골목 상점들이 설 자리를 잃었던 것처럼 동네약국들도 위기에 놓여 있다”며 “약국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의료의 공공성을 일부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수익성 극대화를 전제로 한 창고형 약국은 동네약국과 비교할 때 공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창고형 약국 확산이 가져올 부정적 변화가 없는지 지금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약사들은 정부가 동네약국 붕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규제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했던 것처럼, 거대 자본으로 설립된 약국들로부터 소규모 동네약국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의 저렴한 가격은 대형 자본을 바탕으로 대량 재고를 확보해 유통 단가를 낮추는 구조에서 나온다”며 “공공성이 중요한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자본의 규모가 수익을 좌우하는 사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헌 “거대 자본으로 인해 동네약국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보건의료의 공공성이 유지될 수 있다”며 “지금부터 대응하지 않으면 환자들이 쇼핑몰과 같은 창고형 약국에서만 약을 구매하는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