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시장의 불공정 거래와 투기 행위를 전담 감시하는 ‘부동산감독원’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상시 감독 체계를 구축해 가격 담합과 호가 조작 등 불법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감독원에 조사권과 금융정보 열람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두고는 투기 억제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을 대표 발의했다.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건전한 부동산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의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경찰청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업무로 인해 발생해온 불법행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감독원은 부동산 관련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직접 조사권을 갖고, 관계 기관의 조사·수사·제재 업무를 총괄·조정한다. 아울러 관련 정책 수립과 제재 체계에 대한 기획 기능도 맡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을 발의한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 전반에 불법 이득을 노린 불법행위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있다. 부동산을 실거주 목적이 아닌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투기 심리와 이에 편승한 각종 불법행위가 과도한 집값 상승 등 시장 불안정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러한 현상이 선량한 다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기고 시장 불안을 키워 다시 불법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부동산감독원이 설치되면 금융감독원에서 금융 거래 실태를 감독하듯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인 가격 급등락과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상시적인 부동산 시장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불법적인 가격 담합, 호가 부풀리기 등도 단속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 세력은 (불법 투기는) 꿈도 꾸지 마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전담 감독기구 설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설치한 데 이어, 이를 상설 조직인 ‘부동산 거래분석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입법 과정에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에는 개인정보 보호 및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제도화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법안을 두고도 개인의 민감 정보가 오·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감독원에 조사 대상자의 금융거래 정보와 대출 현황 등 신용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검찰이나 경찰, 국세청 등 이미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감독할 기능을 갖춘 기관이 있는데 별도의 옥상옥 조직을 만들 경우 개인정보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고려해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자료 요구에 앞서 반드시 부동산감독협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확보한 자료는 내부 조사 단계에서만 활용하도록 제한했다는 것. 또한 수집한 자료는 1년 이내에 폐기하도록 하는 조건도 명시했다. 김 의원은 “이미 자본시장에서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관련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침해나 사생활 잠식 우려는 과도한 기우이자 투기 세력을 옹호하는 논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감독원 설치가 투기 세력을 억제하는 데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이 시행되면 투기 세력이 어느 정도 위축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집값 안정에 대해서는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오기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는 “이미 실거래가 신고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심리적 위축 효과는 있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감독원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한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던 감독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은 자칫 이상론에 그칠 수 있다”며 “기존에는 각 부서에서 맡아 처리하던 작거나 단발적인 사안들이 통합 조직 체계에서는 오히려 사각지대에 놓이는 사례가 실무에서 적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