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환’ 빗썸 유령 비트코인 오지급, 고개 숙인 이재원 대표

‘국회 소환’ 빗썸 유령 비트코인 오지급, 고개 숙인 이재원 대표

타사 대비 미흡한 ‘내부통제’…국회 지적에 연신 “제고할 것”
과거에도 존재했던 유사 사례…임직원 오지급 코인 수령은 없어
금융당국 ‘엄중한 사건’ 인식…‘고강도 제도 개선’ 한 목소리

기사승인 2026-02-11 17:58:50
(좌측부터) 국회 정무위원회 빗썸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 김건주 기자

대규모 ‘유령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국회에 출석한 빗썸이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집중 질타를 받았다.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지만, 전례 없는 사고 규모를 고려하면 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빗썸 오지급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당사의 이벤트 오지급 사고 소식에 상심이 크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번 사고의 최종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양을 크로스체크하는 검증 시스템이 이번에 반영되지 못했던 사항을 인정한다. 이벤트 설계 과정에서 지급하려고 했던 만큼만 한도 계정으로 분리하는 부분도 적용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빗썸은 지난 6일 고객 이벤트 일환으로 1인당 2000원~5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직원 실수로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이로 인해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 695명 중 랜덤박스를 실제로 오픈한 고객 249명 계좌에 총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잘못 입금됐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1개당 9800만원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체 오지급 규모는 약 60조원에 이른다. 

빗썸은 사태 인지 직후 해당 계정의 거래와 출금을 차단했지만, 일부 고객이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발 빠르게 매도하면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타 거래소 시세(9800만원선) 대비 약 17% 급락한 8110만원까지 추락했다. 가격 급락에 일반 고객의 패닉셀(공황 매도)까지 발생하면서 낙폭은 더욱 거세졌다. 빗썸은 이미 매도된 비트코인 1788개 상당에 달하는 자산(원화 및 타 가상자산)을 93% 회수 완료했다. 다만 지난 7일 오전 4시30분 기준 비트코인 125개 상당(약 130억원)의 자산은 되찾지 못한 상태다.

타사 대비 미흡한 ‘내부통제’…국회 지적에 연신 “제고할 것”

이날 긴급 현안질의 쟁점은 빗썸의 미흡한 내부통제와 허약한 전산 시스템에 집중됐다. 우선 경쟁사와 다른 체계가 부각됐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비트 같은 경우 실제 지갑보유량과 장부상의 거래량 합계 차이를 5분마다 조정해 일치시키는 자동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빗썸은 이런 방안이 없었던 것 같다”라며 “거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 운영상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업비트는 가상자산이 블록체인 특성상 온체인(지갑) 잔고를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을 활용해 지갑 내 실제 보관된 가상자산 수량(실제 보유량)과 업비트 내부 계정 장부에 기록된 전체 가상자산 수량(장부합계)을 상시 비교한다. 

그러나 빗썸은 내부 장부 수량과 실제 지갑 잔액을 대조하는 작업을 하루 1차례만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오지급 사태도 실무자가 이벤트 대상자에 포함됐던 테스트계정을 확인하면서 20분 만에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상자산거래소의 최우선 가치인 정합성을 위배한 중대 사항이다. 

은행과 증권을 비롯한 전통 금융기관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지급 인지 직후 자동 차단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과 패닉셀이 확인됐을 정도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대규모 오지급 사건은 현재 가상자산시장 안정성이 얼마나 취약한지, 시장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빗썸은 금융기관 수준의 규제를 받겠다고 해야 진정한 사과다. 사후 대책과 피해구제도 모두 문제가 있다. 사태 인지 직후 자동 차단도 안 됐고, 금융감독원 보고는 5시간이 넘게 걸렸다. 승인과 지급 사이에 아무런 시스템도 없고, 패닉셀도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고 강하게 꼬집었다. 

피해 보상이 마케팅 수단처럼 비춰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과는 말로 하는 게 아닌 행동이 따라야 한다. 보상책을 보면, 쿠팡 사례처럼 국민을 기만한 마케팅 수단으로 보이는 게 굉장히 많다”며 “손실액의 110% 보상, 사고 시간대 접속 관련 보상 등은 굉장히 소규모의 보상액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해를 끼친 만큼, 더 확대된 보상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같은 질타에 연신 내부통제 강화와 폭넓은 피해자 구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오지급된 상태에서 신속한 시스템적인 대응이 부족했다. 내부통제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1788개의 비트코인이 매도되는 시점에서 패닉셀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약 30여명의 강제청산 피해자 등을 구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금감원과의 검사에서 더욱 상세한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고객센터를 통해 접수되고 있는 다양한 민원들을 통해서 더 폭넓게 피해자 구제와 관련된 범위를 설정하고 완료하겠다. 피해 보상도 더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 모습. 이창희 기자

과거에도 존재했던 유사 사례…임직원 오지급 코인 수령은 없어

빗썸에서는 이번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전에도 유사한 고객 피해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빗썸이 과거 유사한 사고를 경험했음에도 이를 보완하지 못하고 답습하는 상태에 머물렀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대표는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의 “이전에도 오지급 사고가 내부에서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전날 감사실과 소통했을 때 아주 작은 것들이 2건 정도 있었고, 최종 회수했다”고 말했다.  

추가 피해 사례 지적도 나왔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8년도에도 현재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했다”며 “당시 이더리움 기반 erc20 토큰 입금 처리 과정에서 빗썸이 심각한 시스템 허점을 노출해 고객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통상 블록체인 입금은 트랜잭션이 블록에 포함되고, 일정 횟수 이상의 검증을 거쳐 확정된 뒤 자산에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당시 빗썸에서는 네트워크 혼잡으로 트랜잭션이 취소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미확정 상태임에도 단순 신호만 감지해 입금 처리를 강행했다”며 “이로 인해 블록체인 상에서 검증되지 않은 거래를 완결된 것으로 인식해 고객 지갑에 입금 처리된 사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진 오지급 사태에 임직원이나 특수관계인의 비트코인을 수령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도한 의심일지도 모르지만 잘못 발급된 비트코인을 받은 이용자 가운데 임직원이나 그 가족, 특수관계인이 포함됐는가”라고 질의했다. 오지급 비트코인을 수령한 이용자 중 일부가 발 빠른 매도세를 단행했던 점에서 불공정 이슈 논란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새롭게 제기된 과거 피해 사례에 대해 “상세히 파악한 뒤 보고하겠다”라고 언급하면서도 임직원 등 관계인의 수령 여부에 대해서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임직원은 회사 계정을 보유하지 못해 거래가 불가능한 상태다. 아울러 지급 대상자를 대상으로 임직원 인사 정보에 등록된 가족, 비상 연락망에 표기된 분들을 검사 조치한 결과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금융당국 ‘엄중한 사건’ 인식…‘고강도 제도 개선’ 한 목소리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가상자산업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엄중한 사건으로 평가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는 이번 사태를 가상자산 관련 리스크와 내부 통제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매우 엄중한 사태로 보고 있다”라며 “긴급 대응반 중심으로 이용자 피해 발생 등을 모니터링하는 등 구체적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빗썸 외에 다른 가상자산거래소들도 전수조사할 방침이다. 권 부위원장은 “빗썸을 포함한 모든 가상자산거래소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보유 및 운영 현황,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하겠다”라며 “빗썸에 대해서는 이용자 보호 및 자금세탁 방지 업무 위반 등을 점검해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감원이 검사로 전환에 착수한 상태다. 시장 신뢰와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을 검토해 2단계 법안에 신속히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빗썸 관련 현장 검사 결과를 이번주 내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검사에 8명의 인원이 투입된 상황”이라며 “이번 주 내 국회에 검사 결과를 받아 보고드리겠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업계는 이번 사태가 업권 규제 강화 방침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업권이 제도권 안착을 꾀하는 상황 속에 발생한 대형 악재다. 향후 업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주된 배경이 될 것”이라며 “당국의 규제 강화도 사실상 확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빠른 디지털자산법 마련을 통한 예방책 및 대응 절차 명문화는 거래소별 시스템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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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