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와 보험사들이 외국인 고객 유치에 열을 내고 있다. 포화 단계에 접어든 내국인 시장을 넘어, 빠르게 증가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사업 확장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자산 축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장기 체류 외국인은 2020년 161만명에서 2024년 204만명으로 4년 새 약 27% 증가했다. 전체 인구의 약 5% 수준이다. 외국인 유학생도 같은 기간 15만3000명에서 26만4000명으로 늘었다. 이민정책연구원은 2030년 체류 외국인이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 규모 역시 확대 추세다. 이민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1인당 신용카드 사용액은 2021년 460만원에서 2023년 515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를 적용하면 국내 체류 외국인의 연간 신용카드 소비액은 56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 전체 개인 신용카드 소비액(815조원)의 6.9%에 해당하는 규모다. 체류 인구 증가와 1인당 소비 확대 흐름이 이어질 경우, 2030년대에는 신용카드 사용액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의 한 외국인 종합지원기관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들이 외국인 대상 박람회나 각종 행사에 와서 적극적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현장에서 이런 움직임이 뚜렷하게 체감된다”고 전했다.
카드사, 발급·결제 장벽 완화
카드업계는 결제·발급 과정의 장벽을 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네트워크 회사인 비씨카드는 외국인 전용 선불카드 인프라를 확장 중이다. 다날 같은 제휴처에서 실물 선불카드를 발급받은 뒤 휴대전화에 페이북을 설치하고 여권 인증과 카드 정보를 등록하면 전국 350만여 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외국인등록증이 없는 단기 체류자나 등록증 발급 이전 장기 체류자의 경우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온라인 결제 이용에 제약이 있었다.
우리카드는 국내 장기 거주 외국인이 카드 신청부터 심사, 발급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도입했다. 본인 인증과 체류자격 확인, 소득·재직정보 입력 등 기존에 오프라인 방문이 필요했던 절차를 모바일로 일원화했다. 서비스 제공 언어도 영어에 더해 중국어와 베트남어로 확대했다.
보험사, 외국인 설계사·단체보험 확대
보험금 청구 외국어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본인 확인 수단을 확대하는 한편, 외국인 설계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외국인 설계사는 약 1600명에 이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은 외국인 계좌 개설 수요가 많아 전담 조직까지 운영하지만, 보험은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외국인 설계사와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며 “외국인과 이주 노동자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축적을 염두에 둔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현대해상은 재한베트남유학생총회와 협력해 2만여명의 베트남 유학생을 대상으로 단체보험과 글로벌 통합 보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입국 후 6개월간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제외되는 어학연수생도 체류 중 상해·질병은 물론 귀국 후 의료비까지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단순한 고객 확보를 넘어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디지털 금융 데이터 축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좌·신용평가 장벽은 숙제
다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체크카드 발급을 위해서는 국내 계좌 개설이 필수지만, 외국인의 계좌 개설 절차는 까다로운 편이다. 신용카드 역시 개인 신용평가가 쉽지 않아 발급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험 분야에서도 언어 장벽과 가입 여력이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남상욱 한국리스크관리학회 회장은 “보험 설계 현장에는 여전히 언어 문제가 존재하고,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는 생활비와 본국 송금 부담으로 보험 가입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보험 수요가 자연스럽게 확대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 중심 시장에서는 자발적 수요 형성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