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해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12일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을 내란 행위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 집단으로 규정하면서 이 전 장관이 이에 가담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먼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의 전제가 되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 성립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 야당(민주당) 당사를 물리적 봉쇄해 기능을 마비하거나 선관위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고자 했다”며 “헌법에 명시된 대의제 민주주의의 규범적 효력을 상실하게 하고 국회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국헌문란 목적 아래 이뤄진 행위”라고 밝혔다.
언론사 단전·단수 문건의 존재와 전달 경위도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문건을 교부 받고 이행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방청 등에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특검이 제출한 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문건을 꺼내 읽는 장면도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허석곤 전 소방청장의 증언 역시 핵심 증거로 작용했다. 허 전 청장은 지난해 11월17일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요청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언론사 단전·단수를 위해 소방청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 증명이 안 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장관에게 소방청을 지휘할 일반적 직무권한은 있지만 일선 소방서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소방청장이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관련 협조를 지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됐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월11일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단전·단수를 지시한 적 없으며,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사실도 없다”고 부인하며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법조인으로서 내란의 의미를 잘 알았을 것이고,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윤석열 등의 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하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 등을 만류했다는 자료가 없고, 이후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위증까지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선고가 끝나자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며 법정을 나갔다. 이날 선고 공판은 이 전 장관의 출석이 지연되면서 약 17분 가량 늦게 시작됐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전 장관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날 특검 구형량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형량이 선고됐다. 선고 직후 특검 측은 “장시간 심리를 진행하신 재판부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형량에는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판결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중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두 번째 1심 판단이 나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계엄을 내란으로 본 데 이어, 이번 판결에서도 같은 취지의 법원 판단이 재확인된 셈이다.
한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선고는 오는 19일 오후 3시 내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