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합작사 잇단 결별에 韓 배터리 ‘쇼크’…‘ESS 전환’ 탈출구 될까

美 합작사 잇단 결별에 韓 배터리 ‘쇼크’…‘ESS 전환’ 탈출구 될까

전기차 수요 둔화 장기화로 배터리 동맹 균열
최근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美 합작사와 결별
전기차 배터리 대체 주력 사업으로 ESS 주목
다만, ESS 배터리시장 규모‧수익 한계 지적도

기사승인 2026-02-12 17:17:34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과 미국 완성차 업체 간 ‘배터리 동맹 체제’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전기차 수요 정체 장기화로 글로벌 전동화 전환 속도가 둔화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기업과 미국 완성차 업체 간 ‘배터리 동맹 체제’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됐던 합작사가 재편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삼성SDI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배터리 합작사 ‘스타플러스 에너지(SPE)’의 지분 정리를 검토 중이다. 북미 전기차 시장 확대와 현지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출범한 합작사였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합작사 재편 움직임은 국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과의 캐나다 합작법인 ‘넥스트라 에너지(NSE)’ 지분(49%)을 정리했으며,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 추진해온 ‘얼티엄셀즈’ 제3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포드와 SK온은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생산 시설을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의 정책 방향 변화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032년까지 예정돼 있던 전기차 세액공제 지원금을 지난해 10월 폐지했다. 그동안 전기차 수요를 끌어올렸던 핵심 정책 수단이 사라지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유럽연합(EU)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을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하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이처럼 주요국의 정책 기조가 조정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에 대한 우선순위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투자 속도와 전략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있다”며 “합작사 재편은 비용 절감을 넘어 전동화 전략을 보다 유연하게 가져가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ESS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전기차 대비 수요 변동성이 낮고, 재생 에너지 확대와 맞물려 시장 확대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4년 235GWh에서 2035년 618GWh로 2.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배터리 3사는 일제히 ESS 확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ESS 수주 목표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90GWh) 이상으로 제시하고, 생산 능력을 약 60GWh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과 오하이오 합작공장의 전기차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북미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SK온 역시 독자 운영 체제로 전환한 공장을 ESS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올해 20GWh 이상의 수주를 목표로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올해 ESS 매출을 전년 대비 5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4분기 ESS 부문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만큼,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ESS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다만 ESS가 전기차 배터리를 대체할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규모와 수익성 측면에서 전기차 시장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이유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 수요 정체 상황에서 ESS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전기차 시장을 대체할 핵심 사업으로 보기에는 아직 시장 규모와 수익성 측면에서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현재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인 만큼 ESS 시장을 비롯해 로봇·드론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확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