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설탕부담금’을 언급하면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설탕부담금은 당이 많이 함유된 식품의 소비자 가격을 인상해 설탕 소비를 억제하는 정책이다. 과도한 당 섭취가 비만,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설탕부담금 도입은 국민의 건강권 강화 측면에서 보다 직접적인 정책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설탕 섭취량을 억제하면 막대한 의료비·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문제는 설탕부담금을 통해 징수한 재원의 활용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SNS를 통해 “설탕부담금을 부과해 사용을 억제하고, 그 재원을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단순히 세금을 걷기 위함이 아니라, 목적과 용도가 제한된 ‘부담금’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세금’이라는 표현 대신 ‘부담금’이라는 용어를 선택해 ‘세수 확보용 정책’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지도 읽힌다.
그러나 설탕부담금을 통해 징수된 재원을 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은 정책적 정당성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부담금은 세금과 달리 원인 제공자나 수혜자가 비용을 치르는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부담금은 공적 과제에 대해 특별한 책임이 있는 집단에 부과돼야 하며, 부담금으로 얻은 수익은 다시 해당 집단에 돌아가는 구조적 연관성을 가져야 한다.
이 연관성이 약해 비판이 제기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담뱃세’다. 현재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3323원의 세금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841원), 폐기물 부담금(24원), 연초생산안정화기금(5원)이 부과된다. 건강증진부담금은 법에 근거해 오직 금연 교육, 비전염성 질환 예방, 지역 보건소 지원, 공공의료 시설 확충 등 보건 사업에만 한정해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마치 일반회계 예산처럼 다른 용도로 전용된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2016년에는 건강증진기금의 목적과는 상관없는 의료IT융합 산업육성 인프라와 원격의료 제도화 기반 구축사업 등에 10억9900만원의 예산이 쓰이기도 했다.
심지어 담뱃세로 거둬들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늘고 있는데, 금연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연평균 2조9762억원에 달한다. 반면 금연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2016년 1365억원 △2017년 1468억원 △2018년 1438억원 △2019년 1360억원 △2020년 105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담배부담금은 납부 의무자인 흡연자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우선 사용돼야 한다”면서 “의무적으로 흡연자들의 의료비에 먼저 충당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탕부담금 또한 이같은 ‘우회 증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지역 및 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은 부담금의 원인자 부담 원칙과 인과관계가 약하다. 의료 체계 개선은 국가의 일반 회계를 통해 해결해야 할 거시적 과제다.
설탕부담금이 정책적 정당성을 얻으려면 그 재원이 당류 섭취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소아청소년의 건강권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소아비만 예방을 위한 학교 급식의 질적 개선, 저당 식품 개발 지원, 청소년 스포츠 활동 인프라 확충 등 미래 세대의 식탁과 생활 환경을 바꾸는 구체적인 사업이 그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 영국은 설탕부담금 재원을 소아청소년 건강증진 사업과 비만·만성질환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멕시코는 설탕세 재원을 식수 접근성 개선, 영양 교육, 취약계층 건강 증진에 재투자해 정책 수용성을 높였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는 “부담금은 국민의 설탕 소비를 줄여 걷히는 재원이 0원에 가까울수록 성공하는 정책”이라고 피력했다. 설탕부담금의 본질이 재정 확충이 아닌, 소비 억제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에 있음을 관통하는 지적이다. 만약 정부가 이 재원을 공공의료 투자를 위한 안정적 재원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역설적으로 국민의 당 섭취가 줄어들지 않길 바라는 정책적 모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설탕부담금의 성패는 ‘어떻게 쓰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정부는 징수한 재원을 부족한 국고를 메우는 데 쓰는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설탕부담금으로 확보한 재원을 국민 건강 증진 목적으로만 쓴다고 약속해야, 비로소 국민들도 이 제도를 세금이 아닌 투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