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쇼트트랙, 초유의 노골드 위기…남녀 계주, 여자 1500m만 남아 [밀라노 동계올림픽]

韓 쇼트트랙, 초유의 노골드 위기…남녀 계주, 여자 1500m만 남아 [밀라노 동계올림픽]

기사승인 2026-02-17 12:04:27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연합뉴스

한국 동계올림픽의 상징은 쇼트트랙이었다. 올림픽 무대에서만 금메달 26개를 쓸어 담으며 대표적인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밀라노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상 초유의 ‘노골드’ 위기에 직면했다.

17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성적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다. 남자 1000m에서 막내 임종언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1500m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황대헌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대표팀에선 김길리가 1000m 동메달을 추가했다. 값진 결과지만, 아직 금빛 소식은 없다. 전체 일정의 절반 이상이 이미 지나갔다.

전통적으로 약세였던 500m에서는 남녀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강세 종목으로 평가받던 1000m에서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남자 1500m 은메달로 최소한의 체면을 지켰지만, 남자 대표팀은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개인전 ‘노골드’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여자 대표팀 역시 500m와 1000m에서 금메달을 놓쳤다. 만약 여자 1500m마저 정상에 오르지 못할 경우, 한국 쇼트트랙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남녀 개인전에서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치는 불명예를 안을 가능성도 있다.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계주 준결승에서 김길리가 미국팀과 충돌해 넘어지며 펜스에 부딪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대표팀이 고전하는 배경은 쇼트트랙의 상향 평준화다. 2020년대 들어 각국의 기량 차가 크게 좁혀지면서 사실상 ‘다강 체제’가 형성됐다. 캐나다와 이탈리아가 빠르게 치고 올라왔고, 스피드스케이팅 강국 네덜란드는 쇼트트랙에서도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네덜란드의 옌스 판트 바우트는 남자 1000m와 1500m를 제패했고, 산드라 펠제부르는 여자 500m와 1000m를 석권했다. 이번 대회에서만 두 명의 2관왕이 탄생할 만큼 판도 변화가 뚜렷하다.

레이스 운영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 한국은 초반에 힘을 비축한 뒤 중·후반 폭발적인 스퍼트로 승부를 뒤집는 데 능했다. 막판 역전은 ‘한국식 시나리오’로 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출발과 동시에 속도가 치솟는 흐름이 일반화됐다. 외국 선수들이 초반부터 선두권을 장악해 레이스를 주도하면서, 뒤에서 추격하는 전략은 점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미 페이스가 올라간 상황에서 4위 밖으로 밀리면 순위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이제 남은 카드는 남녀 계주와 여자 1500m다.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킬 사실상 마지막 무대다. 밀라노 빙판에서 한국이 금빛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