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음주 시대가 저물고 ‘취향 음주’가 떠오르고 있다. 하이볼·위스키·저도수·무알코올 등 선택형 소비가 확산되면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의 주류 전략도 할인·대량 판매에서, 카테고리 세분화와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류 시장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가 꼽히고 있다. ‘술에 취하지 않는 호기심’이라는 의미로, 완전한 금주가 아닌 음주량을 줄이거나 대체제를 선택하며 보다 건강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소비 흐름을 의미한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발표한 ‘술 즐기는 시대’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주류 소비 트렌드는 와인부터 위스키, 데킬라, 사케 등으로 유행 교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즐기는 술’, ‘홈술’, ‘혼술’, ‘저도수’ 등이 꾸준히 이어지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근거리 유통채널 역시 이 같은 변화 흐름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편의점업계에서는 RTD(Ready To Drink, 완제품형 주류) 하이볼이 대표적인 성장 품목으로 떠올랐다. 저도수에 다양한 맛과 향을 더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완제품 형태로 가격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 점이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소량으로 비교 구매하기 쉽다는 점도 편의점 채널의 강점이다.
실제 CU의 수입 주류 라인업(와인·양주·하이볼) 매출에서 하이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8.3%에서 2023년 36.3%, 2024년 38.6%로 가파르게 확대됐다. 하이볼이 속한 기타 주류의 매출 비중은 2023년 4.0%에서 지난해 13.0%까지 성장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해 하이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으며, 와인·위스키·리쿼 카테고리 내 하이볼 비중도 2023년 13%에서 지난해 28%까지 뛰었다.
제품 차별화 경쟁도 치열하다. CU가 2024년 선보인 ‘생과일 하이볼’ 시리즈는 기존 제품과 달리 레몬 등 과일 원물을 캔 안에 직접 넣어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2500만캔을 돌파하며 소비자 호응을 얻었다. CU는 이후 과일 2개를 넣은 ‘생더블 하이볼’, 얼려 먹는 ‘샤베트 하이볼’, 지드래곤과 협업한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하이볼 본연의 맛을 강조한 ‘짐빔 하이볼’부터 젊은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와인볼’, ‘요아볼’, ‘말차 하이볼’ 등 이색 제품까지 총 30여 종을 운영 중이다. 하이볼 소비에서 2030세대 비중은 65%에 달하며, 특히 ‘말차 하이볼’은 홍콩 세븐일레븐에 1만2000개를 수출해 이색 하이볼 시장을 해외로 확장하기도 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소비자 반응이 큰 맥주 프로모션과 마찬가지로 RTD와 하이볼 역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상시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철이나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 기간에는 혜택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며 “하이볼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기존 소주·맥주·와인 중심이던 주류 분류에 ‘기타 주류’ 카테고리가 새롭게 생겼고, 하이볼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주류 카테고리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편의점이 하이볼을 키우고 있다면, 대형마트는 위스키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홈술 문화가 확산되고, 엔데믹 이후에는 여행 증가로 합리적인 가격의 위스키를 경험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위스키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이마트와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주류 매출 비중에서는 위스키가 24.2%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맥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고물가에 위스키 수요가 일반 주류 전문점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대형마트로 이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2022년에는 5만원 미만 저가 위스키가 매출 상위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10만~20만원대 중·고가 프리미엄 위스키가 주력으로 자리 잡은 점도 눈에 띈다.
마트들은 대형 프로모션과 연중 주류 행사를 중심으로 고객 유입을 강화하고 있다. 가성비 실속형부터 프리미엄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구성해 다양해진 주류 기호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슈퍼의 연례 주류 행사인 ‘주주총회’의 지난해 상반기 행사에서는 위스키와 와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롯데마트·슈퍼는 위스키, 와인, 맥주, 하이볼 등 전 주종에 걸쳐 총 1000여 종의 행사 상품을 선보이며, 합리적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저도수·무알콜 트렌드 역시 이제 유통채널에서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주류 매대에 일반 주류와 무알코올 상품을 함께 배치하며,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수요층과 분위기를 즐기는 새로운 수요층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해 업계 최저 수준 가격인 800원 무알콜 맥주 ‘타이탄 제로’를 출시했으며 이마트는 저도수·무알콜 주류 라인업을 올해 30여 종까지 확대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류 시장이 ‘취향 소비 중심’으로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상품 구색 다양화에 힘쓰고 있다”며 “주류 구매 편의성도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오더나 평점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