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한전KPS가 발전설비 정비 하도급업체 근로자 약 6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 노조는 공기업 채용 원칙을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전KPS 노조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경상정비 하도급 노동자 직접 고용 합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종일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현장 조장들이 참석해 현장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번 직고용 방침은 지난해 6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전KPS 하청 노동자 고(故) 김충현 씨가 설비 작업 중 숨진 사고 이후 본격화된 정규직 전환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정부는 이후 발전산업 현장의 고용 구조와 안전 문제 개선을 위해 민주노총과는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를, 한국노총과는 ‘발전산업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를 각각 구성해 운영해 왔다.
정부는 최근 민주노총 중심의 고용·안전 협의체와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직고용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전KPS 정규직 노조가 소속된 한국노총 산하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전력연맹)은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 논의가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사실상 배제된 채 발표가 이뤄졌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근태 한전KPS 노조 부위원장은 “당초 28일까지 12차례의 분과 회의와 6차례의 전체 회의를 거쳐 정부와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며 “그러나 정부는 협의체가 공식 종료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합의문을 발표함으로써 기존의 민주적 논의 구조를 무력화시켰다”고 말했다.
노조가 제기하는 핵심 쟁점은 채용 기준과 경력 인정 문제다. 합의안에 담긴 임금 등 근로 조건과 경력 인정 범위가 한전KPS의 사내 규정과 채용 절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결정됨으로써 공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김종일 한전KPS 노동조합 위원장은 “정규직은 핵심 설비를 담당하며 권한과 책임 범위가 넓지만, 정상 하도급은 발전소 외곽 설비를 담당해 직무 권한 자체가 다르다”며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 가치 노동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임금을 맞추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협력업체 근무 기간을 전면 경력으로 인정하는 조항에 대해 노조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모든 직원이 입사 시 내부 규정에 따른 임금 체계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별도의 검증 없이 외부 경력을 전수 인정하는 것이 기존 직원들에 대한 역차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일 서인천 사업처 조장은 “협력사에서 9년을 근무한 뒤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채 시험을 거쳐 어렵게 입사했다”며 “책임 범위가 달랐던 보조 업무 경력을 공채 직원과 동일하게 인정해달라는 것은 정당한 절차를 밟은 이들의 노력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과거 전환 사례와의 차이도 언급됐다. 한전KPS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692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자격증 검증, 면접, 인성 검사 등 최소한의 채용 절차를 거쳤으며, 내규에 따라 경력을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박범석 태안사업처 부장은 “(저는) 2018년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환된 당사자”라며 “원칙 없는 직고용이 강행되면 기존 전환자들의 경력 재산정 요구 등 현장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는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도 박탈감을 주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법적 쟁점도 남아 있다. 이날 현장에선 태안화력 2차 하청 노동자 24명이 제기해 1심 승소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이 언급됐다. 이들은 실질적인 업무 지휘를 원청이 수행하는 불법 파견 상태임을 주장하며 지난 2021년 소송을 제기했다. 고 김충현 노동자 사망 사고로 드러난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폐해와 맞물려 지난해 8월29일 1심 승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현재 항소 중인 미확정 판결을 전체 대상자에게 확대 적용하는 것이 법적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조는 탈석탄 정책에 따른 장기적 고용 구조 설계와 기획재정부의 총인건비·정원 통제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전KPS 노조는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 활동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노조는 20일 열리는 분과 회의에서 정부의 최종 입장을 확인한 뒤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