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 배당’ 벗는 식품사들…순익 부담 속 주주환원 체질 바꾼다

‘짠물 배당’ 벗는 식품사들…순익 부담 속 주주환원 체질 바꾼다

기사승인 2026-02-20 06:00:13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설탕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 논의가 맞물리면서 식품업계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그동안 낮은 배당 성향으로 ‘짠물배당’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식품사들이 최근 배당 확대에 나서며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법 개정 논의와 함께 배당 관련 세제 지원이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정부는 고배당 기업에 대해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고, 주주환원 증가분에 대해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등 세제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 총액을 10% 이상 늘린 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배당 확대가 제도적으로도 장려되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주요 식품기업들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오리온과 삼양식품 등 상장 식품사들은 최근 배당 성향을 높이며 주주환원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양식품 역시 주당 2600원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은 다음 달 26일 주주총회 이후 1개월 이내 지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중간배당(2200원)을 포함하면 연간 배당금은 주당 4800원 수준이다. 

삼양식품의 배당은 장기간 우상향 흐름을 이어왔다. 2021년 이후 배당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왔으며, 주당 배당금은 2016년 150원에서 2018년 400원, 2019년 800원, 2021년 1000원으로 늘어났다.

오리온그룹 역시 사업회사와 지주사의 현금배당을 동시에 확대했다. 오리온그룹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사업회사 오리온의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2500원에서 3500원으로 40% 늘렸다. 오리온홀딩스는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800원에서 37% 증가한 110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오리온그룹의 총 배당 규모는 2046억원으로, 전년보다 577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오리온의 배당성향은 26%에서 36%로 10%포인트(p) 상승했고, 오리온홀딩스는 30%에서 55%까지 25%p 높아졌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 같은 배당 확대가 수익성 개선 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오리온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3324억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7.3%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영업이익은 5583억원으로 2.7% 증가하는데 데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16.8%로 전년 대비 0.8%p 하락했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지표가 다소 둔화된 가운데 배당을 대폭 확대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배당 확대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당기순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당 배당금을 3500원(2024년 2500원)으로 상향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다”며 “배당성향은 2020~2024년 평균 12.6%에서 2025년 35.4% 수준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며 “배당성향은 2020~2024년 평균 12.6%에서 2025년 35.4%로 크게 확대됐으며,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충분한 현금 여력(순현금 1조3000억원), 향후 실적 성장 흐름을 고려할 때 배당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CJ제일제당도 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9일 이사회에서 보통주 1주당 1500원, 우선주 1주당 1550원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시가 배당률은 보통주 0.7%, 우선주 1.1%며 배당금 총액은 241억원이다. 배당 기준일은 오는 28일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결산 배당이 3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결산 배당은 절반 수준이다. 다만 연간 총 배당금 기준으로 보면 직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2025년에는 1~3분기 주당 1500원씩 분기 배당을 실시하고 4분기 결산 배당 1500원을 더해 연간 총 6000원을 지급했다. 2024년에도 1~3분기 주당 1000원, 4분기 결산 배당 3000원을 지급해 연간 총 6000원이었다.

결산 배당을 줄이는 대신 분기 배당을 늘리는 방식으로 배당 구조를 조정한 셈이다. 배당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안정성을 이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CJ제일제당 역시 실적 둔화 국면에서도 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7조7549억원, 영업이익은 8612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0.6%, 15.2% 감소한 수치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당 확대의 효과와 부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배당 확대는 기업 이미지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투자 재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당 확대는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배당이 늘어나는 만큼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라며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해야 기업이 존속할 수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비용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원재료 공급선 다변화 등 원가 상승 요인을 줄이기 위한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