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라면값 흔든 ‘밀가루 담합’…제분 7개사, 가격 다시 쓰나

빵·라면값 흔든 ‘밀가루 담합’…제분 7개사, 가격 다시 쓰나

기사승인 2026-02-20 18:06:27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연합뉴스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등 주요 밀가루 제조업체들이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대에 올랐다.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하고 사건이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가면서, 7개 제분업체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밀가루 담합 의혹과 관련해 심사관이 작성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하고, 해당 내용을 7개 제분업체에도 통보했다. 대상 기업은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삼양사,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이다. 심사보고서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위법 여부와 제재 의견을 담은 문서로, 검찰의 공소장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심사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4개월간 진행된 조사 결과, 해당 업체들이 2019년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밀가루 판매가격과 물량 배분을 두고 반복적으로 담합을 벌였다고 판단했다. 납품 단가를 함께 높이거나 수요처별 공급 물량을 나누는 방식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개별 업체별 구체적인 가담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 7개 업체는 국내 밀가루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의 약 88%를 차지하고 있어 담합에 따른 시장 영향도 상당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공정위가 추산한 담합 관련 매출액은 약 5조8000억원에 달하며, 라면·빵·과자 등 주요 식품업체에 공급된 물량이 포함돼 있어 생활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목됐다.

심사관은 이번 밀가루 담합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관련 법에 따라 담합행위로 영향받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피심인들의 서면 의견 제출 등 방어권 보장 절차에 약 8주가 소요되는 만큼 위원회 개최 시점은 4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당시 내려졌던 ‘가격 재결정 명령’이 약 20년 만에 다시 적용될지도 주목된다. 해당 조치는 담합으로 형성된 가격을 폐기하고 사업자가 가격을 다시 산정해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로,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도 경쟁 질서 회복을 위해 이를 검토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는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담합 여부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경우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거나 거래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 전반에서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며 “업계 전반에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주요 업체들은 최근 잇따라 가격 인하에 나선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초 업소용(B2B)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각각 평균 6%, 4% 인하한 데 이어, 일반 소비자용(B2C) 설탕·밀가루 전 제품의 가격을 내렸다. 사조동아원은 밀가루 가격을 평균 5.9% 인하했고, 삼양사는 소비자용과 업소용 설탕·밀가루 가격을 각각 평균 4~6% 낮췄다. 대한제분도 이달 1일부터 주요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4.6% 인하하며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