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도는 낮지만 권한은 막강…서울 교육 4년 설계자는 누구 [6·3 지선 D-100]

주목도는 낮지만 권한은 막강…서울 교육 4년 설계자는 누구 [6·3 지선 D-100]

예비후보 등록 시작으로 본격 레이스…진보·보수 ‘단일화’가 최대 변수
기초학력·학생인권조례·고교체제 등 3대 쟁점 두고 치열한 정책 대결 예고

기사승인 2026-02-23 06:00:07
서울시교육감 선거 가를 3대 쟁점.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6·3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시 교육행정의 수장을 뽑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도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자체장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는 낮지만, 연간 11조원 규모의 예산 집행권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권, 교육과정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인 만큼,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서울 교육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 3일부터 22일 현재까지 총 6명이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는 강민정(65·전 국회의원), 김영배(57·예원예술대 부총장), 류수노(69·전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윤호상(67·전 서울미술고 교장), 임해규(66·전 국회의원), 홍제남(61·다같이배움연구소장) 등이다. 여기에 현직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재선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다자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진보 진영, 4인 경선 본격화…‘정근식 변수’가 최대 고비

진보 진영은 ‘2026 서울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추진위)를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현재 추진위에는 강민정 전 국회의원, 강신만 전 서울시교육청 혁신미래교육추진위원장, 김현철 서울교육자치시민회의 상임대표, 한만중 전 서울시교육청 비서실장 등 4명의 후보가 등록해 경선 절차를 밟고 있다.

변수는 현직인 정근식 교육감이다. 정 교육감은 신학기 학사 운영 집중을 이유로 추진위 등록 단계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최근 저서 출판기념회를 통해 재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교육계에서는 추진위가 4월 중순 단일 후보를 선출하면, 정 교육감과 해당 후보 간의 ‘2차 최종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추진위의 경선 방식에 반발한 홍제남 소장은 독자 행보를 예고해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보수 진영, 단일화 사활…‘분열 트라우마’ 넘을까

보수 진영은 ‘서울·경기·인천 좋은교육감후보추대시민회의’를 통해 과거의 분열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류수노 전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임해규 전 국회의원, 김영배 예원예술대 부총장 후보가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단일화 대열에 합류했다. 신평 전 경북대 교수(현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와 이건주 전 한국교총 대변인 등도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최대 관심사는 2024년 보궐선거 당시 단일 후보였던 조전혁 전 의원의 등판 여부다. 조 전 의원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진영 내 지지층의 요구가 강해 출마 여부가 확정될 경우 보수 진영 단일화 판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난 선거에서 중도를 표방했던 윤호상 예비후보 역시 이번 선거에서 완주 의지를 다지고 있다.

서울 교육의 향방 가를 3대 정책 전선

각 진영의 단일화가 1차 변수라면 이후 정책적 대결이 주목된다. 이번 선거의 정책 대결은 △기초학력 관리 방식 △학생인권조례 존폐 △자사고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 등으로 압축된다.

① 기초학력, ‘지원’ vs ‘책임’…평가 공개가 쟁점

코로나19 이후 학력 저하 우려가 제기되면서 기초학력 보장은 교육계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정근식 교육감 등 진보 측은 ‘학습진단·치유’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강조하는 반면, 보수 측은 학력 저하 문제를 지적하며 ‘전수 평가 확대’와 ‘책임 교육’ 강화를 내세운다.

특히 양 진영은 성취도 평가 결과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를 두고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보수 진영은 평가 확대와 공개를 통해 학교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진보 진영은 평가 결과 공개가 학교 간 서열화와 낙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② 학생인권조례, 존치냐 개편이냐…교권과의 경계선

한때 대한민국 교육계를 뒤흔든 학생인권조례도 극명히 엇갈린다. 특히 서울시의회가 2024년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한 이후 교육청과 시의회 간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 진영은 조례 개편 또는 폐지를 주장한다.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을 제약한다는 인식이 배경이다. 반면 진보 진영은 학생 인권 보장은 후퇴할 수 없는 가치라는 입장이다. 이번 선거는 교권과 인권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지 묻는 자리이기도 하다.

③ 자사고·고교체제, ‘선택권’이냐 ‘서열 완화’냐

서울은 전국에서 자사고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자사고 지정·재지정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진보 진영은 특목·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심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일반고 지원 강화와 격차 완화를 강조한다. 보수 진영은 학교 유형 다양성과 학부모 선택권을 중시한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맞물리며 학교 간 교육 역량 격차 문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남은 100일…구도 전쟁과 정책 검증의 시간

4월 단일화 이후 선거 구도가 확정되면 정책 경쟁은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단일화 성공 여부, 현직 프리미엄, 후보 간 연대 구조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6월까지 남은 100일은 서울 교육의 방향을 둘러싼 ‘구도 전쟁’이자 정책 노선 검증의 시간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2년간 누적된 갈등을 어떻게 정리할지 서울 유권자에게 묻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