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거래소의 한국형 전력계통운영시스템(K-EMS)을 둘러싼 우려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실시간 전력시장 도입을 앞두고 EMS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기획은 K-EMS를 둘러싼 주요 쟁점을 점검하고, 전력운영 체계의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도 집 안 전등은 꺼지지 않는다. 태양광 발전량이 갑자기 줄어들어도 정전 없이 전기가 공급된다. 이런 전력 안정성의 중심에는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이 있다.
EMS는 전국 전력망을 실시간으로 계측하고 수요를 예측해 발전기 출력을 배분하는 시스템이다. 어떤 발전기를 언제, 얼마나 가동할지 산정하고 전력망이 안전한지 24시간 점검한다. 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발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전기요금에도 영향을 준다.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 이후 전력계통 운영의 정밀성과 자동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는 2014년 한국형(K) EMS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후 10년 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왜 ‘가짜’라는 말까지 나왔나
가장 큰 우려는 EMS의 계산 결과가 실제 운영에 얼마나 반영되느냐는 점이다. EMS는 경제급전(ED/SCED)을 통해 발전 비용을 최소화하는 운전 계획을 계산한다. 하지만 발전기 기동·정지와 같은 핵심 조치는 여전히 관제사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전 비용이 높아지면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전력거래소에서 발전기별 기동·정지 등 전력관제를 최적화해 발전비용을 최소화할 경우 연간 1조8250억원 수준의 발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력수요 예측 정확도와 관제사의 판단 오류, 사후 분석 체계 미흡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완전 자동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가짜’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측은 “발전기 기동·정지는 안전과 직결된 영역으로, 해외 전력시장에서도 자동 계산과 사 승인이 병행되는 구조가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숫자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
또 다른 문제 제기는 상태추정(SE)의 정확성이다. 상태추정은 전력망이 과부하 상태인지, 이상 징후가 없는지를 판단하는 기능으로, 대규모 정전 예방의 기초가 된다.
국회 입법조사처 유재국 조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EMS 상태추정 값의 정합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전기는 발전에서 송전을 거쳐 소비로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일정 부분 손실이 발생하는데, 일부 수치가 이런 기본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유 조사관은 “상태추정 총부하(전체 사용 전력)의 월 합계가 송전단 판매량보다 낮게 나오면 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면서 “발전한 전기를 보내는 과정에는 항상 손실이 발생하는데, 손실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값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는 국회 답변서를 통해 “EMS 상태추정(SE) 기능이 매 1분 주기로 실행된다”며 “자료 변환장치 고장이나 통신장애 발생 시 자동으로 데이터 보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실시간 계측 기반 산정값과 사후 정산 통계는 기준과 산정 방식이 다를 수 있다”면서 단순 비교만으로 오류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우려에 대해서도 “통신망과 회선이 2중·3중, 일부는 4중까지 구성돼 있다. 국가 핵심 인프라인 만큼 다중 백업 체계를 전제로 설계됐다”면서 “설령 장애나 일부 착오가 발생하더라도 블랙아웃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투명성 강화, 여전히 남은 우려
지금까지는 EMS 오류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사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발전 비용을 얼마나 더 줄일 수 있는지, 계산 결과가 실제 운영에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는지, 관련 데이터를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는지는 계속 논의 대상이다.
EMS와 관련된 우려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정보 공개의 한계가 있다. 전력계통 데이터는 국가 핵심 인프라와 직결돼 공개 범위가 제한적이다. 공개된 일부 자료를 근거로 의문이 제기되고, 운영기관은 ‘보안상 공개가 어렵다’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 구조가 이어져 왔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정보 공개와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던 부분은 있다. 근원적으로 정보 공개가 미흡했고 정책 영역도 폐쇄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쌓였다”며 “체계적인 정보 공개 시스템이 마련되면 불필요한 오해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태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