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미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무효화됐다. 이에 기업들이 이미 낸 200조원대의 상호관세 환급 여부를 둘러싼 대규모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는 위법이라고 최종 판결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경제 활동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이를 과세 권한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로이터 통신은 펜실베이니아대의 ‘펜-와튼 예산 모델’(PWBM)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이날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인한 환급 요구액이 1750억 달러(약 25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상호관세 부과로 거둬들인 수입은 1335억 달러(약 193조원)로 집계됐다.
이미 다수의 기업들이 관세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1·2심에서 위법 판결이 난 만큼, 기업들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백곳, 블룸버그 통신은 1000곳 이상이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코스트코 홀세일, 안경 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 타이어 업체 ‘굿이어 타이어 앤드 러버’, 리복, 푸마 등이 소송에 나섰다. 한국의 대한전선과 한국타이어, 일본의 가와사키 중공업, 중국의 태양광 업체 ‘룽지 그린 에너지 테크놀로지’ 등 외국기업의 자회사들도 소송에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제무역법원(USCIT)은 지난해 12월23일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모든 신규 관세 환급 소송을 자동 정지한 상태다. 이번 대법 판결로 기존 소송 절차도 재개될 전망이며,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여부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하급 법원에서 환급 범위와 절차를 둘러싼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소수의견을 낸 캐버노 대법관은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반환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며 “그 과정은 엉망진창(mess)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판결문을 작성하는 데 몇 달이 걸렸지만, 그 점(환급 여부)에 대해선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앞으로 2년 동안 소송으로 다퉈져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5년 동안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부과된 상호관세가 이날부터 정산(관세액 확정) 절차에 들어간 점도 변수다. 정산이 완료되면 CBP에 대한 이의제기나 USCIT 제소 등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해 처리 기간이 길어진다.
관세청은 이날 판결에 따라 대미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관세 환급 기본 절차와 청구 기한 등을 안내하는 등 환급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향후 구체적인 환급 절차, 방법 등에 대해 미 CBP의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CBP 측과의 긴밀한 공조 체계를 유지해 관련 동향을 국내 수출기업에 실시간으로 안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