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 전 역사 1역사 1동선 구축 완료’를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서울교통공사 운영 구간에 한해서만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위치한 역사라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할 구간은 여전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동일한 지하철망 안에서 접근성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25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12월29일 전 역사 1역사 1동선 확보 기념식을 열고 ‘서울 지하철 전역 엘리베이터 설치 완료’를 선언했다. ‘1역사 1동선’은 교통약자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타인의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의미한다.
해당 사업은 2008년부터 추진돼 국비 728억원, 시비 1023억원 등 총 1751억원이 투입됐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 및 일부 도시철도 구간에서는 총 7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지난해 5호선 까치산역을 마지막으로 1동선 구축이 완료됐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 관내에 위치해 있음에도 코레일이 관할하는 역사는 이번 ‘전 역사 완료’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코레일 관할 서울지역 127개 역사 가운데 121개 역은 1동선이 확보됐지만, 광운대역·석수역·관악역·구로역·외대앞역·남영역 등 6개 역은 1동선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외대앞역은 승강장까지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지 않아 휠체어 이용자의 단독 이동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인접한 신이문역 역시 승강 설비가 부족해 이동 동선이 단절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교통공사 완료…코레일 구간은 ‘검토·예정’
같은 서울 지하철망 안에서도 역사별 접근성 수준이 달라지는 배경에는 운영 주체의 이원화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반면, 코레일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하나의 도시철도망이지만 행정 관할이 다르다 보니 사업 추진 속도와 예산 집행, 시설 개선 시점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시 소관이 아닌 코레일 관할 구간을 사업에 포함하기에는 제도적 제약이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그간 지하철 운영과 시공 노하우를 동원해 개선 방안 마련에 집중해왔다”면서 “지난해 까치산역을 끝으로 전 역사 1동선을 확보한 이후 관련 기관에 서울시의 사업 진행 사례를 공유했고, 협조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일부 역사에 대해 개선 계획을 추진 중이다. 광운대역은 2027년 8월, 구로역은 2027년 9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석수역은 2029년 3월, 관악역은 2031년 4월을 목표로 각각 설치가 예정돼 있다. 외대앞역과 남영역은 현재 구조 및 사업 타당성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공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교통약자 편익 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설치 및 검토 중인 구간에 대해서는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역은 이용 불가”…현장 체감 격차
다만 동일 생활권의 교통망 안에서도 운영 주체에 따라 이동 편의 수준이 달라지면서 역사별 접근성 격차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레일 구간의 경우 완공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며 접근성 격차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휠체어 이용자 A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은 없는 역이나 마찬가지”라며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 인근에서 볼 일이 있을 때 이전 역이나 다음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은정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정책국장 역시 “여전히 서울시 지하철 역사 내에는 1역사 1동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곳이 많이 남아 있다”며 “코레일 구간 역시 서울에 위치한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운영 주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동권 보장 수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2004년과 2022년, 2024년까지 서울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약속이 여러 차례 제시됐지만 이행되지 못했다”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구제적이고 실행 가능한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관계 기관 간 협력 강화와 재정 지원을 통해 동일 지하철망 내 접근성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정 정책국장은 “승강기 설치 외에도 실시간 정보 제공 체계, 안전 발판 설치 및 지원 인력 배치 등 종합적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함께 재정과 제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같은 지하철망 안에서도 관리 주체가 다른 구조로 인해 교통약자들이 이동권의 제약을 받고 있다”며 “현재 코레일 관할 구간의 1역사 1동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관련 예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 기관 간 협력을 통해 미비한 부분을 공동으로 개선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