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취지나 성격을 명확히 알리지 않은 채 연예인을 섭외하고 홍보물에 사진을 사용한 것을 두고 법적 책임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초상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기망이나 명예훼손 성립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한국사 강사 전씨는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산 킨텍스에서 ‘3·1절 기념 자유음악회’를 연다며 포스터를 공개했다. 포스터에는 다수 유명인이 출연진으로 소개됐다. 이후 당사자들이 “출연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이 확산됐다. 킨텍스도 전씨 측에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연예인 측은 행사 성격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일정만 협의했거나, 출연 여부를 최종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가수 태진아 측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킨텍스에서 하는 일반 행사’라고 해 일정이 가능하다고 했을 뿐”이라며 “거짓말로 섭외를 진행한 관계자와 동의 없이 사진을 사용한 유튜브 채널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전씨 측은 섭외와 홍보 실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음악회는 본 행사에 앞서 열리는 식전 행사이며, 운영 전반은 전문 업체와의 도급 계약에 따라 대행사가 맡았다는 설명이다. 가수 섭외와 포스터 제작도 자신의 권한 밖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대행사와 출연진 간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법조계는 우선 초상권 침해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계약이 체결되기 전 협의 단계에서 얼굴 사진을 홍보물에 사용했다면 초상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일정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만으로 출연 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행사비와 공연 내용 등 구체적 조건이 합의돼야 초상 사용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망 여부와 관련해서는 민사와 형사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민우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행사 성격은 연예인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핵심 정보로, 이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면 민사상 계약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금전이 오간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형사 책임으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명예훼손 성립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방 변호사는 “특정 정치적 성격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소개됐다는 사정만으로 객관적 명예가 훼손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치적·사상적 성향 자체는 형법상 보호되는 명예의 범주로 폭넓게 인정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한편 24일 오후 6시 기준 행사 예매 사이트에 게시된 포스터에서는 기존 출연진 사진이 모두 삭제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