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다음은 어디로…‘원가 절감’ 숙제에 웃지 못하는 석화업계

대산 다음은 어디로…‘원가 절감’ 숙제에 웃지 못하는 석화업계

기사승인 2026-02-25 18:05:59
여수산단 야경. 연합뉴스

산업통상부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NCC 통합을 골자로 한 ‘대산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계획을 최종 승인하고 2조1000억원 규모 이상의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이번 지원안이 석유화학 업계의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고정비 절감을 위한 ‘에너지 비용 대책’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롯데케미칼 대산 사업장 분할 후 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재편안을 승인했다. 주주사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통합 법인의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나서며 자구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재편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재무 지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고 인허가 승계 절차를 간소화해 조업 중단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최대 2조원 신규 자금 지원과 영구채 전환을 추진, 설비 통합과 고부가 전환에 필요한 재무 체력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엄찬왕 한국화학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 부처 및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 석유화학 사업재편 1호 프로젝트가 신속히 승인된 것을 업계를 대표해 진심으로 환영하고 감사드린다”며 “협회 역시 대산 1호 사업재편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설비 합리화, 고부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 고정비 절감을 위한 에너지 비용 대책에 대해선 실효성 우려가 나온다. 산업부는 분산에너지특구 제도를 활용해 특구 지역에 한해 한전 대비 4~5%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업계의 사정이 워낙 어려운 만큼 숨통이 트이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전기요금의 인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지만, 4~5% 수준이 구조조정을 이끌기에는 충분해 보이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역시 “최근 3년 간 산업용 전기료가 70% 가까이 폭등한 상황에서 4~5% 수준의 인하는 원가 경쟁력 회복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용 요금이 가정용보다 비싼 국가는 OECD 주요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번 개편을 계기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덕환 교수는 “역대 정부 정치 논리에 의해 산업계가 한전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구조적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 전기 대량 구매자임에도 더 높은 단가를 적용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 같은 대규모 산단은 태양광, 풍력 등 분산형 전원 인프라도 부족해 4~5% 인하 요인을 창출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업계에선 대산 개편안을 기준으로 타 지역까지 일괄 적용하기에는 지역별 특성과 한계점이 상이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1호 프로젝트 상황에만 최적화된 맞춤형 지원이라는 점에서 타 지역이 체감하는 매력도는 낮을 수 있다”며 “가령 파격적 금융 지원안도 대출 수요가 없는 기업에는 실효성이 없다거나 전기료 인하 등 지역별 특성이 반영되어야 하는 사안은 공급망 구조와 지자체별 세부 실행안을 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기업들이 각자의 자구책을 제출함에 따라 정부와 후속 협의를 통해 또 다른 맞춤형 지원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