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K-푸드, 중동 긴장 고조에 ‘비상등’…원가·물류 압박 커지나

잘 나가던 K-푸드, 중동 긴장 고조에 ‘비상등’…원가·물류 압박 커지나

기사승인 2026-03-03 12:21:13 업데이트 2026-03-03 12:25:19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중동 정세 불안이 국내 식품업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 시장 확대에 나섰던 K-푸드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환율 상승과 물류 차질, 현지 영업 활동 위축 등 복합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은 최근 몇 년간 K-푸드의 신흥 수출 시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현지 무슬림 소비자를 겨냥해 할랄(Halal·이슬람 율법상 허용) 인증을 취득하거나 추진하는 기업이 늘었고, 정부도 관련 인증 지원 등을 통해 진출 기반을 확대해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난해 중동 지역 K-푸드 수출액은 4억1160만 달러(약 6000억원)로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기업들의 중동 매출 목표치도 적지 않다. 농심은 할랄 인증 신라면을 앞세워 최근 5년간 중동 매출이 연평균 12% 성장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50% 이상 확대를 목표로 삼았다. 농심 관계자는 “중동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상황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도 K-라면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중동 매출이 6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난 2021년 독점 공급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한 현지 유통업체(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를 통해 중동 지역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며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10개국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란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직접적인 파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수출국이 이란이 아닌 인근 국가들인 데다, 현지 유통망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간접적인 충격이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협 봉쇄…공급망 긴장 고조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이미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와 환율이 출렁이고 있으며, 해운 운임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원맥과 원당, 식용 첨가료 등 주요 원재료를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물류 차질이 이어질 경우 조달 비용 전반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인근 호르무즈 해협 남쪽 해상에서 어선들이 작업하는 가운데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AP 연합뉴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운반선이 오가는 핵심 요충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우회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지만, 수송 가능 물량은 하루 약 260만 배럴 수준에 그쳐 전체 물동량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약 10%가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해상 운송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뿐 아니라 운임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며 식품업계의 수출·수입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들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중동 수출 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어 해협 봉쇄 시, 오만으로 우회하거나 해상과 육상 복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제품 특성상 유통기한과 재고 관리에 일정 여유는 있지만, 전쟁 여파로 중동 항로가 차질을 빚을 경우 유럽 노선 선복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진출을 준비하던 기업들 역시 상황을 주시하며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오뚜기는 UAE와 이스라엘 등 중동 7개국을 대상으로 올해 라면 수출을 본격화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라 직접적인 큰 타격은 있지 않다”면서도 “추이를 지켜보며 기존에 검토하던 진출 계획의 속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마케팅도 변수…“프로모션 제약 불가피”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 불안이 물류를 넘어 현지 영업 활동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출 규모가 아직 초기 단계여서 단기적인 물량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프로모션과 홍보 활동에도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현재 중동 수출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물량 자체가 크지는 않다”며 “기업들은 우선 현지 재고 상황을 점검하고, 해상 운송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항공 운송 등 대체 수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K-푸드는 SNS 활동이나 현지 프로모션 행사를 통해 이슈를 만들어가는 구조인데, 전쟁 상황에서는 이런 활동이 사실상 어렵다”며 “한류와 연계된 마케팅이 중요한 만큼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