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되며 코스피가 5800선 아래로 추락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를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단기 충격으로 보고 있다. 사태가 장기전으로 비화하지 않는다면 증시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지나친 확대 해석이나 막연한 공포에 휘둘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24%(452.22포인트) 추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1%대 하락 출발해 연휴기간 급등락한 글로벌 증시 대비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듯했지만 외국인이 쏟아내는 순매도 물량이 빠르게 불어나며 낙폭을 키워나갔다. 6000선이 붕괴된데 이어 5900선, 5800선을 연이어 내줬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5조1731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기관도 8863억원 순매도 했다. 개인이 5조7973억원 순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날 오후 12시5분53초쯤 코스피200선물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남짓 만이다.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5%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된다.
시가총액 1~3위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도 맥을 못 추며 10%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닥 지수 역시 4.62%(55.08포인트) 급락한 1137.70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7581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198억원, 5915억원 순매수에 나섰다.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제한적 조정 그칠것”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을 ‘지정학적 충격에 따른 단기 변동성 확대’로 해석하며,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증시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부장은 “현재로서는 초단기(1주일 전후) 혹은 단기(1~3개월) 내에 상황이 진정돼 마무리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이란의 지휘 체계 공백으로 보복 공격이 이어지더라도 사기 저하로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현시점에서 사태의 향방을 예단하는 건 어렵다”면서도 “이란은 경제·군사적 측면에서 전쟁 지속여력이 부족하고, 미국은 물가 및 정치적 부담이 존재하는 현실적 문제를 감안할 때 수 주간의 갈등이후 양국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도 “이번 미국의 공습이 장기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낮다”며 “과거 중동 분쟁 사례를 보면 초기 우려와 달리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예고된 이슈이며 최근 2년간의 세 차례 분쟁 모두 6~25일 이내에 단기 종료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와 비교하기도 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침공의 원인과 양측 전력 차이를 시장이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당시 S&P500 지수도 초반 12일 동안 약 3%가량 하락한 뒤 반등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즉 이번 사태로 단기적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주식시장은 과거처럼 되돌림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란 지도부 노선·유가 흐름 ‘금융시장 변곡점’
향후 시장의 변곡점으로는 차기 이란 지도부의 노선과 유가 흐름이 지목된다. 양일우 연구원은 “이란 신임 지도부의 행보에 따라 당분간 금융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부장도 “하메네이 퇴진과 반정부 시위 격화로 혁명수비대의 국민 지지 기반이 약화되면 보복 강도와 사태 장기화 여부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움직임도 주요 변수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메네이 축출에도 불구하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실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반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유가 상승세가 1~2주를 넘어 장기화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거나 인접국으로 확전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와 고유가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가 상승세가 물가 압력으로 이어지면 성장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유틸리티·가정용품·헬스케어·보험 등 경기방어주와 유통·화장품 등 내수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경민 부장은 “유가 급등이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인 경기 둔화는 피하기 어렵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사태 전개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화진 팀장 역시 “차기 이란 지도부 선출과 걸프 국가로의 확전, 호르무즈 해협 접근 제한 장기화 여부와 이에 따른 국제 유가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따. 물가 및 경제 충격을 좌우할 요인들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상연 연구원은 끝으로 “이란과 중국의 밀접한 관계를 감안할 때, 오는 3월 말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