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향 수출 과반 이상 기업 1063곳…정부, 바우처·유동성 지원 준비

중동향 수출 과반 이상 기업 1063곳…정부, 바우처·유동성 지원 준비

기사승인 2026-03-03 17:37:25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3일(현지 시간) 필리핀 더 마닐라호텔에서 화상으로 ‘제3차 중동상황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정부가 원유·가스 수급부터 무역·물류, 주요 산업 영향까지 전방위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비축유 방출 태세 점검과 대체 공급선 확보 등 비상 대응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산업통상부는 3일 오후 김정관 장관 주재로 ‘제3차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상황 급변에 따른 자원·에너지 수급과 무역·공급망·금융 및 업종별 영향을 종합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김 장관이 필리핀 순방 중 현지에서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됐다. 외교부·기후환경부·해양수산부·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석유공사·가스공사·코트라(중동본부)·에너지경제연구원,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 석유·화학·플랜트 협회, 주미·중·일·EU 상무관 등이 참석했다.

앞서 산업부는 사태 발생 당일인 지난달 28일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자원 수급과 업계 영향을 확인했으며, 이튿날에는 차관 주재로 통상·무역·자원·안보 분야 영향을 추가 점검했다. 이번 3차 회의는 최근 중동 상황 전개가 급박해진 점을 감안해 호르무즈 해협의 실효적 통항 방해 가능성까지 고려한 대응 태세를 재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우선 유조선 통항 상황과 주요 운항 일정 진행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해협이 본격 봉쇄될 경우를 대비해 운항 일정 조정 등 대체 방안을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강화하기로 했다.

석유 수급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다만 유조선 운항, 보험·운임 등 운송 여건과 중동 외 대체선 확보 방안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업계 차원에서도 중동 외 물량 도입 등 추가 물량 확보를 추진하도록 했다. 사태 장기화로 민간 원유 재고가 일정비율 이상 감소하는 등 수급 위기가 가시화되면, 산업부는 자체 상황판단회의를 거쳐 여수·거제 등 전국 9개 비축기지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할 방침이다.

또 김 장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1차 회의 시 석유공사에 지시한 해외생산분 도입, 공동비축 우선구매권 행사, 비축유 방출 태세 점검 등 비상 매뉴얼상 조치사항이 언제든 발동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가스의 경우 도입 물량의 80% 이상이 비(非)중동산이며, 상당한 비축 물량도 확보돼 있어 카타르산 도입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일정 기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남아·호주·북미 등 대체 공급선 확보도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해상물류는 2023년 홍해 사태 이후 주요 선사들이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어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에 인접한 중동 7개국향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수출기업(1063개사)에 대한 근접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긴급 수출바우처 편성 및 유동성 지원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의 대중동 의존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반도체 측정·검사기기와 브롬·헬륨 등 일부 품목은 중동 의존도가 높지만, 미국 등 대체 수입선 확보나 국내 생산·재고 활용을 통해 공급망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다만 수입 납사의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상황 장기화 시를 대비해 수출 물량의 국내 전환과 대체 공급망 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플랜트 분야는 현재까지 우리 기업 건설 현장의 직접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진출 기업과 긴밀히 소통하며 현장 안전과 공급망 애로를 지속 점검할 방침이다.

전력 수급 역시 현재까지 직접적 영향은 없는 상태다. 다만 유가 급등이나 LNG 도입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전력과 발전 공기업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산업부와 기후환경부 간 협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미국·중국·일본·EU의 상무관과 코트라 지역본부장(무역관장)도 화상으로 참여해 주재국의 중동 상황 대응현황, 현지 기업 애로사항 및 잠재적 리스크 요인 등에 대해 공유했다. 김 장관은 중동 상황 장기화 시 국제적 공동대응과 관련해 긴밀한 정보공유를 당부했다.

산업부는 현 중동상황을 엄중하게 판단해 현재 산업자원안보실장이 반장인 대응조직을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동상황 대응본부’로 격상하고, 원유·가스 수급 위기관리 체제에 즉각 돌입해 중동 정세 장기화에 대비한 전방위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